메멘토모리

투병 중이셨던 고모님의 죽음

by 이키드로우

쉴 겸

낮잠을 한숨 자고 일어났다.

확실히 몸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뭐라도 해볼 마음으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암투병 중이시던

고모님이

좀 전에 돌아가셨다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그래.

우리의 삶은 유한하지.

죽음이 늘 곁에 있었지.

또 잠시

깜빡 잊고 있었다.


외가 쪽 고모님이라

명절 때 한 번씩 뵌 게 다지만

그럼에도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진다.


장인어른이 암으로 돌아가시고

채 1년이 안된 시점에

또 이렇게 한분이 돌아가시는구나.


검정 정장을 꺼내 들며

진짜 어른들의 말처럼

이제는 결혼 축하의 자리보다

장례식 조문이 더 많아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죽음 역시

제자리걸음 하지 않고

내게로 저벅저벅

전진하고 있음이

더 실감 나게 느껴진다.






어라?

그 와중에 바지가 작다.

작년에 입었던 옷인데

너무 끼인다.


젠장,

요즘에 몸이 불었다 했더니

진짜 많이 불었나 보다.


불안, 초조 때문에 먹는 약의

부작용 때문일 수도 있다던데,

어쨌든 작년 이맘때 보다

몸이 많이 불었다.


그렇다고 뭘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옷을 입다가 괜히

짜증이 치밀어 오르지만,

이내 장례식으로 향할 생각에

다시 맘은 숙연해진다.






몸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

보통의 상황에선

아주 가끔씩

스트레스 상황으로 작용하지만,

죽음을 앞에 두고

내 몸의 상태를 다시 직시하니

순간 짜증이 치민 것 같다.


늘 메멘토 모리를

머릿속에 넣고 사는 나인데,

한동안 너무

죽음을 잊고 살았다.


오늘 식장에 가서 조문을 하며

고모님의 돌아가심에 대해서도

생각해야겠지만

다시 한번

내 생에 대한 마음을 다잡는

그런 기회로 삼아야겠다.


넋 놓고

불안이네 무기력이네

푸념하듯 했던

방금 전의 모습이

매우 부끄럽게 다가온다.


진지한 마음으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장례식장으로 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