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필요한 시점일까

빨리 와라, 봄아

by 이키드로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현상은

단순한 무기력 혹은

게으름은 아닌 것 같다.


에너지가 너무 손쉽게

고갈되어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오늘은 반드시

할 일을 정리하리라 다짐하고,

오후에는

사람들을 만나야지 생각한다.


하지만 잠시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

곧이어 방전된다.

에너지가 줄줄 새는 느낌이다.


활기차고 명랑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건강의 문제일까,

정신의 문제일까.


도무지 헷갈리는 것이,

나도 감이 잡히질 않는다.


아마도 ‘둘 다’의 문제겠지.






날이 갑자기 추워진 탓이라고

핑계 대고 싶다.

에너지틱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것도

계획대로 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좀 더 명랑하기 어려운 것도

오늘은

날씨 탓이라도 하며

내 편을 좀 들어주고 싶다.


낮잠이라도 좀

자야 할까?

조금 널브러져 있으면

나아질까?


아,

그런데

쉬는 건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따지고 보면

원래 잘 쉬는 법, 노는 법을 몰랐다.

잘 쉬고 잘 노는

그런 사람을

늘 동경했던 것 같다.


늘 열심히고

늘 뭔가 하고 있지만

잘 놀고 잘 쉬는 사람보다

매번 더 초조해하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잘 노는 사람이 될 생각은 없다.

나는 내 나름대로

노는 법을 익혔기 때문에

혼자서도 이제 심심하지는 않다.


다만,

잘 쉬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이다.


몸을 쉬게 하는 만큼

정신을 쉬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나는 너무 쉽게 간과한다.


내 정신에 ‘쉼‘이 필요하다는 자체를

자주 잊어버리고

결국에 무기력한 상태가 되고서야

‘엇, 나 조금은 쉬어야 했던 걸까?’하고

생각해 버리니까 말이다.






참 어렵다.

삶을 잘 살아낸다는 게.


나와 금세 화해 했다가도

곧이어 또 내가 맘에 들지 않게

느껴지곤 하다 보니까.


게으름처럼 느껴지는

이 무기력과

이 정도 상황에도

활력을 갖지 못하는

저질체력 상태가,

도무지 못마땅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떻게 스스로를 달래줄까

생각해 본다.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 것과 별개로

이제는 최소한

나는 나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조금은 성숙한 거겠지.


맘에 들지 않더라고

어떻게든 스스로와 화해하고

다시 이 삶을 잘 살아보자고

맘속으로 외쳐본다.


같이 파이팅 해보자고.

그래도 살만한 구석이 있지 않겠냐고.

아직 삶 가운데

재미를 느낄만한 구석이

조금은 남아있지 않냐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 한 명쯤은

존재하지 않냐고,

그러면 된 거 아니냐고

나지막이 외쳐본다.






쉼을 주자.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면

그냥 가만히 있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있어보자.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삶에 귀 기울여 준다면,

나의 잘함과 못함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삶을 살아갈 이유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빨리 와라

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