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게만 있지 말고 종이 위해 생각들을 적어보자
요즘에 부쩍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특히
커피를 마실 때
멍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배경에 늘 깔려 있는
BGM처럼
커피는 늘
대화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그림 작업을 할 때
곁들이는 그런 류였는데,
요즘은 커피 마실 때는
커피에만 집중해서 그런지
그냥 멍하게 밖을 내다보며
커피만 홀짝홀짝 마시곤 한다.
좋은 현상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멍해져서 좋은 것도 분명 있고
멍해짐을 유지하게 되었을 때
잃는 것도 분명히 있으니까.
커피에 집중해서 그렇다는
어쭙잖은 핑계를 대봤지만
멍해지는 것엔 분명
다른 이유들이 존재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중에는
미뤄둔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머리 밖으로 끄집어내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생각들이 하나 둘 쌓이다 보니
끝도 없이 뒤엉킨 실타래 마냥
복잡해져 버려서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이 생각들을 정리하리라
다짐해 보지만
그 ‘언젠가’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그 시간은
영영 오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의 나는
그 ‘언젠가’를
마냥 기다고 있다.
대표적인
생각거리 중 하나는
생계, 직업의 문제다.
생계를 이어가는,
경제적 문제에 있어서
크게 머리를 싸매고
심각해져 본 적이 없다.
잘 벌어서가 아니라,
간간히 먹고사는 것에
큰 불만족을 느끼지 않아서.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
더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대로 가다가는
생계에 문제가 생기겠다는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AI 가 급격하게 대두되면서
그에 비례하여
노동의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
내가 하고 있는
브랜딩도 예외는 아니다.
수요가 적어진 문제도 있지만
단가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보니
시대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생각보다 거세게 나를 강타한다.
딱히 이렇다 할 묘책도
아직은 없다 보니
생각은 복잡하게 뒤엉켰지만
그것을 풀 엄두가 안나,
멍 - 해진 상태로
몇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렇다고
불안하거나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니다.
멍-해지는 이 시간은
되려 이런 현실에 대해
곰곰이 되짚어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좋은 훈련의 기회가 된다.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방안이
딱 떠오르는 것도 아니라
틈틈이 멍하게 있으면서
지금의 상황을 직시해 본다.
조만간
종이 위에
이 상황들을 좀
적어봐야겠다 생각한다.
지금은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중이라면
빠른 시일 내에
종이 위에 이 상황들을 나열하고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푸는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
귀찮고 비루한 작업이다.
그래도
멍 때리는 상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시’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도망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