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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라이더

by 자진유리




일찍 일어난다.

일찍이란 참선하는 스님처럼 새벽 두세 시 무렵이 된다.

나는 참 바보 같다.

어제저녁노을 이야기 밤새 잊고 만다.

하릴없이 새벽노을 애처롭게 기다린다.

태양의 기미를 마음에 지니고 싶어서

세상의 기운이 달라지는 두 차례 시간 속에 나는 고요히 깨어 있기로 했다.

빨간 밤과 파란 낮

둘 사이의 노란 텀

노란 등이 켜지면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거라 배우기도 했고.


나는 또다시 본질에 닿기를 갈망하고 있다.

조급하고 초조하며 그밖에 부정적인 요소들에 지배당하고 있다.

또다시 깡패 양아치가 되고 말았다.

깡패 양아치는 툭하면 돋보기를 들이미는 탐정이고 현미경 배율을 조작하는 연구원이다.

대상은 생각이다.

본래 그것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생각이 되어져 있었다.

끊임없이 생각을 쫓고 분석하고 이름 지었다.

실제 탐정과 연구자는 무언가를 얻으며 지속성이라도 갖게 될 텐데

나는 다행인지뭔지 생각에마저 지치게 되었다.

지치고 나서야 잘못되었음을 안다.

운 좋게 드러난 광야 같은 마음, 황홀경으로 돌아가는 방법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그 빛에만 의지할 수는 없겠다.


일어난 자리에서 눈을 감고 앉는다.

앉아 있다 변의가 느껴지면 소변을 보고 세수를 하고

창문을 열고

다른 자리에 다시금 앉아 귀뚜라미 코골는 소리를 듣는다.


'예전처럼 좀 더 효율적이고 샤프하게 살 수 없어?'

'왜 이렇게 다 된 노인처럼 사는 거지?'

'이따 산책도 가지 말자. 그래봤자 또 어르신들이나 마주치면서 내 신세나 한탄하고 기분 안 좋아질 거야. 그냥 오늘은 화장실 청소나 해. 어차피 산책 갔다 오고 샤워하고 밥 먹고 나면 노곤해져서 어제처럼 또 미루게 될걸?'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 무릎도 아프잖아. 그리고 이 생활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 같애? 너 이제 돈도 얼마 없잖아. 또 세속적으로 망가지게 될 걸 뭣하러 바로 잡으려고 해? 차라리 남은 돈과 시간으로 어떻게 죽을지 고민하는 게 현명한 거 아니야?’


이것은 눈 뜨고 찾아온 손님의 일부에 불과하다.

새벽에도 저녁 못지않게 많은 상념들이 찾아온다.

올저녁엔 또 무엇이 어떤 모습으로 들이닥칠지 모르지만 방금은 그것을 온화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 생각에게 고맙다고 인사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온화하게 판단하는 순간 얌전한 닭은 울거나 생각을 낳는다. 그리고 낳인 생각은 겉으로는 달걀처럼 매끈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못하다.

생각을 낳는다는 것은 마른하늘에 비를 뿌리는 것과 같고 인공 파도를 일으키는 것과 같다.

내 안에 풍력, 수력, 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그것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생각을 다룰 수 있다는 착각은 고행일뿐이었다.

생각을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믿음을 주어서는 곤란했다.

아무리 친환경 발전기라 해도 마냥 이롭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또 판단을 했다.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

생각은 사랑을 방해한다.

현존을 방해한다.

현존으로부터 일어나는 큰 사랑을 방해한다.


새벽 여섯 시.

오늘의 첫 경계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어르신들께 인사하러 가자.

아직은 조심스러운 눈빛, 마음뿐이지만.


산책 가자.

그리고 저녁노을에 다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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