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보다 생각을 조심해야 할 테지만
생각으로 드러난 낱낱 역시도 조심해야 한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영국 할머니 마거릿 대처의 말이었다.
할머니의 옛이야기 좋아하지만 그 시절보다 머리가 커서 그런지 이야기가 거꾸로 읽힌다.
생각으로 시작된 것들이 반대로 생각을 교란하거나 완고하게 하는 것 같아요 할머니.
거꾸로 읽으면 무엇을 토해낼지 물구나무시켜보자.
벌써 얼굴이 뜨거워지는 듯하다.
‘운명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사주, 혈액형, mbti 같은 놀음들.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것. 유희에 그치지 못하고 그것이 진실인양 사람들을 분리시키고 고립시키는 함정. 운명. 조심해.
‘성격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성격이라고 규정지은 영역에 머물게 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으로 행동하게 된다. 조심해.
‘행동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은 행동의 다른 양식이다. 성취했거나 저지른 행동을 재차 말로 드러내는 것은 때때로 어리석다. 세간을 떠돌며 사람들의 행동을 조작하고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조심해.
‘말을 조심해라 생각이 된다.’
버릇된, 치우친 말을 함으로써 생각이 오염된다. 글도 그래. 조심해.
생각, 말, 행동, 습관, 성격, 운명 등은 모두 만다라 같은 에너지의 색상, 형태이고 규모이다. 따라서 전부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입자와 파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룰 것인지에 달렸다. 본질은 머물지 않으며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모두는 음계가 다른 피아노 건반을 하나하나 누르는 것과 같다. 지금 나의 근음이 무엇인지 틈틈이 알아챌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타고 났더라도—음감을 개발해야 하고 음감을 개발하려면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 때로는 건반 조율도 필요하다. 조율은 어렵기 때문에 조율사에게 도움을 받아도 좋다. 연주를 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음악이 되는 것은 그다음이다.
‘우리는 되는대로 생각한다.’
더러는 지성을 믿고 생각하는 대로 되길 바란다. 그래서 되는대로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생각하는 대로 되려는 마음은 스스로를 괴롭히며 때로는 경직되고 화가나고 지루하고 권태롭고 허망하고 부자유스럽고 공포스럽다. 재미가 없다. 되는대로 생각하는 편이 건강하고 유익할 것이다. 지도를 계획하고 틀림없이 그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걸음을 마치고 나서 지도를 확인하는 것이 더없는 기쁨이리라. 엉망진창일수록 웃기고 예쁘겠지. 예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강력한 존재가 필요하다. 생각의 차원 너머 그것은 내 생각이 얼마나 대단하든, 멋지든, 불쾌하든, 어리석든, 그것을 끌어안고 삶을 이끌어간다. 그것은 무엇도 판단하지 않으며 따라서 무결하고 틀림이 없다.
사랑이 들어서기 시작하면 이런 말이 들려온다.
‘생각, 감정, 마음... 그것들은 다 널 좋아해서 그래.
두려움, 불안, 걱정, 모두 너를 보호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네가 얼마나 소중하길래 이렇게 무섭고 예민하게 구는지. 널 통제하려고 하는지. 가지려고 하는지.
그들을 친절하게 대해줘.
그리고 일어나는 모든 생각 감정을 너와 동일시 해도 돼.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해서 무상한 게 아니야.
네가 아닌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너는 영원해.
다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영원한 널 불쑥 약탈하려는 게 아니고.
몰래 암살하려는 게 아니고.’
사랑의 기쁨으로 숨 쉬던 어느 날, 천사는 두려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생각은 악마가 아니라 천사다.
아뿔싸 또 완전히 잊고 말았지만 이렇게 다시 기억한다.
죽은 뉴런도 이어 살리는 사랑의 기적이다.
기록하며 모기에게 연신 뜯기는 중에 날아든 생각.
“아~ 화장실청소 해야 되는데...”
“......”
“쫌!!! 알았으니까 좀 가만히 있어 봐. 나 집중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아따 징한 거. 이따 한다고오오!!! 고새를 못 참고 달겨 붙네?”
푸하하.
웃음이 난다.
진짜 엄청 괴롭히네 수호천사양반.
청소 안 해야지.
U(메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