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막바지. 날씨가 조울증마냥 파고들고, 튀어오른다.
너마저 그러면 어쩌냐. 우리 이제 어떡하냐.
나는 고작 운동 이틀 쉬었다고 중간에 털썩 주저앉았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그렇게 쓰러지셔선 안됩니다!
일어나세요! 어서요!
(...)
일어나야 해!
넌 조선의 자존심이야!
(...)
다 죽어가는 이 일으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구나.
목소리가 시선을, 시선이 두 다리를, 두 다리를 일으키는 건 두 손이고...
두 손이 일어나는 건 바닥이 있어서고, 바닥 있음을 아는 건 너구나.
너를 일으키는 건 몸이구나, 그러나 몸을 일으키는 건 너구나.
그러나 나는 일어서지 못한다.
오늘도 불필요한 쓰기의 유혹.
뭐 더 할 말이 남아 있을까마는 똑같은 소릴 다른 말로 고쳐 적을지언정 나를 눌러 앉히는 차가운 손길.
대체 너는 누구냐.
일어나야 하는데. 앉으면 안 되는데.
여름은 맥이 빠져서 앉아 글쓰고.
가을은 글쓰기 좋아 앉아 빠졌고.
어휴. 이 인간은 답이 없어요.
오직 하얗게 둥실 떠다니면 얼마나 좋아... {{{을마나 조와ㅏㅏㅏㅏㅏ}}}
먹지 않아도 되고.
굶지 않아도 되고.
이 가을 빽빽이 뭉친 구름이 부러워.
너의 아픔 몰라서 부러워.
알려주지 마.
제발 그입 다물라.
부러워하게 내버려 둬.
오늘 너 끝내주게 예쁘더라.
고통이 쌓이면 구름이 될는진 모르겠지만 예술은 돼.
그러니 함부로 예술 되고 싶지 않다면 하루에 한 번,
또는 적어도 한 주에 한 번은 회개해야 한단다.
축제를 열고 즐겼으면 스스로 마무리 지어야지.
노는 사람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지.
돈으로는 무엇도 중립시킬 수 없지.
니가 해야지.
니 주제를 알아야지.
아브라함, 모세, 또 그다음 누구였더라... 새삼 또 고전적인 질서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은 게지.
그런 것 없이도 별일없이 잘 살았는데 어쩌다.
나이 들면 규칙이 필요한 걸까.
무섭기도 해. 내가 점점 희미해지는 기분.
내가 사라지면 좋긴 한데... 이 나라에서는 나를 없애면 먹고살기가 힘든 것 같다.
느낌표(!)가 지치면, 나이 들면... 또는 고개 숙이면 물음표(?)가 되지... 곱추가 되지.
말도 어때(!) 보다는 어떨까(?)가 돼.
물음표가 귀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
질문은 귀를 여는 거라고.
뭐가 좋다 나쁘다는 몰라. 그러니까 너도 아는 척하지 마. 안다는 착각도 하지 말고.
그냥 나도 점점 휘어지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리야.
허리가 휘면 질문이 돼.
그리고 허리를 펴면 답이 되고.
그런데 얼마나 살았다고 갈수록 허리를 펴기가 쉽지가 않은 거야.
의심이랑 호기심만 많아지는 거야.
생각은 빠져들수록 위험한 일 같기도 해.
특별히 나는 좀 난폭해지기 때문이야.
그래서 까불대는 무엇이라도 혼내고 싶어지지.
생각말이야.
이 몸에 든 생각뿐이겠어.
그 꼴을 못 보겠는 거야.
익히지도 않은 살煞을 뼈를 깎아 날리고 싶어지는 거지.
나는 생각 없이 살고 싶은 사람이야.
그래서 가능한 많이 생각해야만 하지.
하나가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덧 수많은 모험을 거쳐야만 하게 되었단 말씀이야.
이게 다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때가 되면 자기 뇌를 먹어치우는 멍게처럼.
어느새 생각에게 포위되어 여기저기 뜯어 먹히는 아픔을 느껴.
그치만 나는 누구의 아버지도 못 돼서 희생을 몰라.
희생당할뿐.
(!) 방법이 하나 떠올랐어.
앉은자리에서, 쓰기에서 멀어지는 방법.
내 이야기가, 이야기의 일부가 도둑질당하는 상상.
내 고통의 스파크를 몰래 채취해다 저의 에너지로 바꾸는 존재. 왜 없겠어.
나는 흔치 않은 미숙한 맛이 있잖아.
반짝반짝 눈꼴신 맛이 있잖아.
누구에게는 경종이자 깨달음일 터.
올봄에 남긴 이야기, 발가벗은 작년의 나-들이 꼬까옷 입고 춤추는 걸 봤어.
나의 문장이 웬 감성충(?) 똥폼 잡는 소년의 책에 들어있는 걸 누가 알려줬어.
나는 영감을 주기 위해 여기 왔지만 이제는 싫어.
나는 예수처럼 희생 못해.
이 생각이 나를 조종한다면...
고통 받기 싫어서—타인의, 혹은 망자의—고통의 산물을 주워 입은 광대들이 나팔을 불고 있어.
거짓 광대는 자존심도 없지.
그 꼴을 보고 있으면 말하고픈 기분이 싹 사라져.
그래야겠다.
당분간은 이 생각을 믿기로 해야겠다.
이제 일어날 수 있겠지.
나는 이토록 구제불능이야.
못된 마음을 먹어야 벌떡 일어나지.
또 모든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