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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휘재 Oct 20. 2024

SCV good to go sir!




삼시세끼 프로그램은 원래도 너무 좋아해서 생각날 때마다 돌려 보곤 했는데 얼마 전 새로운 챕터를 시작했길래 그거나 들여다보다가 그만 하이라이스를 만들어 먹었다.

그다음 곁들여 먹을 깍두기를 쫓아 담그더니 결국 먹고 마시느라 밤을 새우고는 아침으로 또 된장을 넣어—제주식으로 개운하게—오이냉국 해 먹었다.


야밤에 삼시세끼에 홀려버릴 줄이야.

귀신도 이런 귀신이 따로 없네.


뜻밖의 발견도 있었지.

내가 도대체 뭐가 되어가고 있나 궁금했는데 주부 9단이 되어 가고 있었어.

주부 좋지.

집 밖에서 배우는 것보다 집 안에서 배우는 게 훨 많으니까.

집안에서 배우는 것보다 몸속에서 배우는 게 더욱 많고.


몸속을 배우고 집안을 배우면 집 밖은, 세상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그러나 집 밖에 뜻을 두고 시작한다면 집안을, 몸안은 이해하기 힘들지.

마음 하나 마음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내팽개치니 몸도 집안도 세상도 진창 나는 거지.

잘못된 인생 그제야 발견하는 거지.

때문에 남들의 반만 맞는 지식이나 제안을 틈틈이 엿볼 수밖에. 빌붙을 수밖에.

근데 그 반만큼도 엿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

흡수할 수가 없지.

잠시 포만감은 느낄 수 있겠지.


확장이야 쉽지.

분주함으로 신분을 차리는 건 마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려운 일이 아니야.

젊은 시절엔 축소를 도태되거나 잘못된 방향, 실패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그런 게 아닌데.

요리나 설거지 안에서도 만물을 깨닫고 느낄 줄 알고 공부할 줄 알아야 비로소 그다음 집밖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게 순서라고 생각해.


차근차근 피라미드를 쌓아야지.

현대인들 순리 거스르고 뭐에 홀렸는지 사방팔방 바쁘게 역피라미드 올리고는 무너지지 말아라 쓰러지지 말아라 팽이를 죽어라 치고 있으니 매일 죽겠는 거지.

자동으로 돌아가는 팽이 없는 사람은 그거 갖고 있는 사람 부럽고 목표겠지.

그런데 자동으로 팽이 돌리는 에너지는 거저인가.

힘으로 뺏어오는 거지.

듣기 좋은 소리로 받아내는 거지.

팽이는 점점 땅을 파고들지.

이젠 공중에서 돌아보겠다고, 태풍이 되겠다는 소리로 박수갈채받고 있네.

나서는 사람치고 똑똑한 사람 없는 것 같애.


사람은 누구나 아주 먼 과거를 다녀와야 해.

상상력을 동원해 전생의 전생마저 들여다봐야 할지도 몰라.

사람으로 인해 이미 펼쳐진 일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기 때문이야.

진실을 대번에 느낄 수 없지.

막이 너무 많아.

그러니 존재의 태엽을 감아보는 데 수고를 많이 들여야 해.

숙성이 돼야 한다고.

존재는 태어나면서 이미 완성이야.

급할 필요가 전혀 없는 거야.

에라 모르겠다 자아에 속아 함부로 까부는 것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일 거야.

그 시간이 없다면 언젠가 반드시 크게 넘어지고, 다치고, 죽을지도 모른다.

스스로에 의해.


별볼일 없는 일 같고 시간낭비 같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머리가 비상한 바보들은 효율, 시간관리, 목적 따지면서 오직 스스로 깨우치고 성장해야 하는 기본적인 일들은, 영혼이 하는 일들을 돈으로, 편리로 대신한다거나 건너뛰고 제끼려고 하더라.

웃긴 게 그런 애들이 리더짓도 많이 하더라.

그러니 사회가 어떻겠어.

이파리에서 뿌리 나는 걸 본 적은 아직 없는 것 같아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라떼에는 말이야. 나도 이런 말을 하는 순간이 오네.

첫 번째 자아 하나가 슬슬 형성되는 시기에 말이야.

이미 짜여진 판에 무사히 들어가는 것이 목표로 전제되어 있었단 말이야.

그러니 누구든 무척이나 급극하고 치열했지.

아무래도 인재양성 부국강병 위한 교육 시스템이었겠지.

적어도 scv가 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배웠단 말이야.

역사를 돌아보면 강해져야 했겠지.

그런데 지금은 뭘 해야 되는지 모르는 것 같아 나라가.

모르는 채로—좋게 말해주면—기냥 답습이나 하고 있어 보여.


scv를 뽑았으니 말인데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성하고 아직도 식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의식 수준도 아직도 한참 멀었어.

졸렬한 무의식에다 주입식의 어떤 습이 진하게 남아 있나 봐.

세상을 제 입맛에 맞게끔 통솔하고 싶은, 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겠다는 욕망도 보이고.


여전히 우리는 어느 날의 자아에 의해 scv가 되는 길을 걷도록 압박받고 있는지도 몰라.

그런 데다 남성이라면 의무적으로 마린이 되어야 하고.

마린이 마음에 안 들면 그러라고 개발된 스팀팩 빨고 미쳐돌아버리거나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나와서 마린보다는 조금 강력한, 세상에 스플래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파이어뱃이 되거나 신념에 따라서는 메딕이 되는 거지.

그도 아니면 시간과 자원을 좀더 들여 공부해서 사이언스배슬이 되거나 종이비행기 운전하는 파일럿 되거나.

그래봐야, 아무리 멋진 이름 가져봐야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을 거야.

지금 미네랄 효율적으로 캐는 법 따위나 설파하고 발키리 문짝에 꽃단장이나 할 때가 아니라니까.

그들에게는 이 게임이 진실이 아니라고.

어떤 고통은 게임의 부작용이지 진실은 아니라고.

알아채야 돼.

자신이 명령도 아니고 명령을 듣는 사람도 아님을.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강요된 하나의 자아이자 세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아는 우주만큼 거대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별처럼 수없이 만들어낼 수도 있어.


인간은 기본적으로 신과 같은 창조자야.

그러니 남이 만든 게임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에 주되게 삶을 허비해선 안 되겠지.

나에게 게임을 상상하고 실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믿음을 잊어선 절대로 안 된다고.

말 한마디 창조를 통한대도 말이야.

입 밖으로 나오는 게 신인지 어리석은 자아인지 잘 살펴보라고.


일단 게임을 중단해 봐.

gg 치고, 전부 내려놓고 생각해 봐.


어, gg 쳤네.

gg 치는 사람이 너야.

게임 밖에서 기지개 켜고 삶에 경탄할 줄 아는 사람이 너라고.

화면 밖 그 사람이 참나라고.




종족을 골라야 한다면 테란보다는 저그가 나은 것 같아.

겉보기엔 징그럽고 험해 보여도 사랑으로 가득하지.

시작부터 촛불처럼 서서히 어둠을 밝히는 공중유닛도 있고.

또 집으로 돌아오면 체력이 빠르게 회복된다든가,

자신을 희생하며 종족의 생장에 필요한 무엇이 된다든가 하잖아.

그런 데다 상대를 해하고자 한다면 자기 뼈를 뽑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해.

이 얼마나 숭고한 종족이니.


그런데 테란은 봐라.

초반에 약하지.

다치면 돈 들지.

고치려면 돈 들지.

자원 고갈되면 아무것도 못해 끝이야 걔들은.

건물 띄우고 다른 별로 도망치려해봐야 헛수고라고.

그러니까 순순이 gg 치라고.

까불지 말고 겸손하라고.

참회하라고.

깨달으라고.


프로토스? 대표적인 기득권이지.

죽은 자들까지 쓸어 모아 네 발 달린 생체로봇으로 재생산하면서 효율 겁나 따지고 하는 일도 없으면서 남들이 뒤에서 고생하는 건 드러내지도 않고 결과물이나 눈부시게, 그마저도 프로브 시켜서 대리소환이나 할 줄 알지.

다칠까봐 쉴드까지 처달고 다니면서.


테란으로서 핵은 좀 그렇고 emp는 한 방 날려주고 싶다.

특히 쉴드 99% 아콘 같은 비겁한 정신체들 겨냥해서 scv에 쫓기는 꼴 좀 보고 싶다.

scv가 일 안 하면 테란은 없다.

그러니까 잘해주고 잘 좀 하자 역할놀이 얼간이들은.






귀여운 저그의 일꾼 드론(카봇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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