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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휘재 Oct 20. 2024

설교 작가




작가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창조 차원을 머물다가도 당장 현실로, 감각의 제국으로 훌쩍 넘어가 인간의 역사와 이기가 축적된 소꿉질 해야 하며 그러다 힘에 부치면 신의 투명함 속으로도 이따금 빠져들어야 한다.


적어도 세 가지 차원을 내력과 외력, 밀물과 썰물을 타고 오가며, 그게 아니면 갯바위가 되어 그저 깎아나리며 눈물 튀기며 바라보길 두려워해야 하고 아파해야 한다.


세 가지 차원을 끈끈이 연결시켜 주는 것 또한 사랑일 텐데, 사람은 두근거림에 홀려 작심한 폭주기관차처럼 환상을 달려 나가며,

귀찮은 듯 양팔을 휘저으며,

사랑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며,

양팔로 끌어안지 않으며,

손을 내밀지 않으며,

양팔로 오직 저를 휘두르며,

휘두르다 삐걱거리며,

삐걱거림을 기술로 덧대며,

기름칠하며,

관절염을 부정한다.


:) 너 그러다 한방에 훅 간다.



작가가 제정신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지.

온전한 작가는 한 가지 차원에 머물 수 있는 힘이자 시간, 공간, 자원, 믿음이 충분해야겠지.

아니면 더욱 커다란 차원으로 세 가지 점을 끌어안고 있겠지.

그도 아니라면 세 가지 점을 융합시켰거나.

뭐가 됐든 ㅈ나 멋있는 것 같다.


연기, 노래, 춤, 그림, 조각, 시, 소설...

그 밖에도 모든 예술이 그럴 테지.

모든 삶이 그럴 테지.

그러나 어째서 나뉘게 됐나.

왜 집 밖을 나설라면 구두를 신어야 하나.

구두가 놓여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십자가라도 놓아야 했지.

왜 안팎이 분리되도록 가르쳤나.

이미 하나의 존재가 고작 집 밖을 나서는 까닭으로 분리되었으니, 거짓말이 되었으니, 신념도 가정도 사회도 국가도 탓할 것이 없다.


작가는 고귀함과 동시에 가장 거지 같은 포지션인 것 같다.

가장 진한 인간답단 말이야.

매력을 넘어선 마력이 있지.

그래서 도망치려 해도 자꾸만 끌려가는 것이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순이 들어가는 말에도 자연히 관심이 생기지.

순수 순결 순종 순간 순례 순리 순교 순록(?) 순대 순자(...)

순자는 외할머니이자 이름대로의 사상가였을까?


법은 홀로 세워질 수 없으며, 대부분 스스로 행해질 수 없다.
그 사람을 얻어야 살아남고 그 사람을 잃으면 잊혀지는 것이니,
법은 다스림의 발단이고, 군자는 법의 근원인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가 있으면 법이 비록 생략될지라도 두루 미치게 될 것이고,
군자가 없으면 법이 비록 갖추어졌다고 할지라도 시행의 선후를 잃어버려서, 일이 변하는 것에 대응할 수 없어 어지럽게 될 것이다.

법의 의로움을 알지 못하면서 법의 규칙을 바로잡는 자는 비록 식견이 넓어도 일에 임해서는 반드시 어지러워지니,
그러므로 밝은 군주는 급하게 그 사람을 손에 넣으려고 하지만, 어두운 군주는 급하게 그 권세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군자가 있습니까?

자신이 본래 군자임을 알아챘습니까?


작가가 천사야.

신의 말씀 전하는 성직자와도 같지.

수많은 차원을 엮어서 결국 설교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무슨 말을 적나 봤더니 줄곧 그래왔던 거야.

분류 삼기가 어려웠는데 그렇더라고.

나 무슨 되도 않는 설교 설법 따위나 하고 앉았구나.

그러니 내 속만 타는 거지.

아무도 설교 듣는 걸 썩 내켜하지 않기 때문이지.

설교 시간 아무리 눈에 힘 빡 줘도 꾸벅꾸벅 졸았지.

교장 선생님 훈화말씀 들을 때에도 서서 졸았어.

설교는 대중을 깨우기는커녕 반대로 잠들게 한다.

아는 사람은 안 듣고 모르는 사람은 안 들려서 잠든다.

무엇이 우리를 졸게 만들었는지 알았음 해.

그러고 보면 정말 무의미한 짓이야.

재미도 없고.

생각과 다투면서 고생하는 보람도 거의 없지.


사춘기 소년처럼 남들의 설교를 줄곧 무시해 와서 이런가 싶어.

진작에 받았어야 할 설교를 늦바람처럼 지어서 지음과 동시에 가장 먼저 나에게 떠먹여 주고 있어.

갓 지은 밥, 갓 나온 슈크림빵.

먹어 봤어?

따끈하고 제일 맛좋아.

맛있니?

그래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니?

재미는 있고?

대답해.

별로라면 생각 좀 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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