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by 자진유리




오늘은... 밭일 같다.

원초적이다.


어느 밭에나 비슷한 게 자란다.

울긋불긋.

만 년 전부터—뭐가 예쁘다고—사람을 개량해 온 작물들이 오늘날에도 끈덕지게 맺힌다.

울퉁불퉁.

싱그러운 시체들.


개량되고 접목한 유혹의 기술.

욕심은 순환을 막고 장애를 일으켰다.

만 년 전의 장애가 여직 사람을 괴롭힌다.


약 먹은 땅의 작물과 가축을 먹으니 사람도 똑같이 약을 먹고 가축짓을 한다.

스타가 되겠다는 꿈은 약 부작용.

스테비아처럼 사람들의 위장이나 건드린다.




새들이 먼저 먹는다.

먹은 흔적 남기면 그제야 나는 읽고 감사한다.

가끔 기분 나쁜 서리도 당하지만 서리마저도 누군가는 해야만 되는 이치.

누구는 수확물을 옮기며 살아가고, 누구는 앉은자리에서 피를 분류해 경중을 달리하는 작은 수고로 큰 이윤을 남긴다.

작물이 사람을 거칠 때마다 변질되어 가는 걸 보면 참을 수 없지만 이 밭의 끌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 작고 보잘것없는 세계. 응집된 잔해가,


아예 없는 사람도 있다.

폭발하지 않았으므로,

그저 무덤이 8할인 사람이 있고,

아직까지 난개발로 가득 찬 사람도 있다.

우물 없는 사람 있고,

도랑 없는 사람 있다.

그러므로 아무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의 부족함을 모멸로 채우며

세계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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