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가 임기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수세미를 더럽히지 않는 방향으로 설거지가 짜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앞서 수세미가 닿을 곳이 깨끗해야 하고,
그곳이 깨끗하려면 내 손이 먼저 더러워져야 한다.
조금 부지런하면 된다.
그 부지런은 애정에서 나오므로 고통이 따르지 않지만 분노와 탐욕, 경쟁심에서 피어난 것은 봄비에도 산산이 부서진다.
부지런은 양상일 뿐이다.
겁나 주관적인.
그래서 별로 안 중요하다.
안 중요한데,
이 삶도 어느덧 불혹을 향해 있다.
누구 손에 붙들려 이토록 쓰라리기만 한가.
삶의 눈은 창을 향해 나있으므로
두 손은 수세미를 짠다.
꼼지락대는 발,
살을 파고드는 발톱도
모두 당신을 향하는 것인데
그 마음 수세미에 걸리어
아까울 때도 있지만
아쉬운 소리 듣지만
어디로 향하나 결국
똑같은 밤이 되어 잠에 들지 않았나
끌려가는 줄 모르고 반짝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