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눈물 나
매운 여름밤
나는 도망치듯 몇 겹의 점막을 지났다
거기서 존재란
언어를 뺀 나머지였다
(인간이 불완전하다 평가되는 이유도 언어 때문이다—기생충 같은 언어를 브로카에서 살살 떼어내면 스스로의 완전함에 전율할지도...)
가나다라 앞다퉈 거짓을 익혀온 생물
진실하면 엄마한테 혼나니까요
혼이 나면 할머니가 부어케서 부리나케 달려오고 시간차로 애미애비 싸우니까 나는 시곗바늘이나 몽땅 부러뜨리자
내 손바닥에 피가 철철 흐르면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당신과 나를 번가를 가름도 없지요
사람은 시간에 쫓기고 시간은 언어를 쫓아가요
바보들의 행진이에요
가긴 어딜 가요 그냥 둥글게 안아주는 건데
그러니 두 팔을 움직일 수 없을 때에야 말을 배우길 고려하세요
그런데 잘 생각하세요
이런 표음문자는 바보 되기 좋으니까요
바이러스처럼 퍼지기도 좋아서
세종대왕은 머리가 좋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머리가 나빠요
이런 문자는 생각하기 편한 쪽으로 치우치게마련이고
깊이 생각하지도 못하게 만들어요
생각과 감정에도 언어는 파고들어요
관습적으로 생각하고 기분을 내밀어요
내가 그 안에 얼마나 존재하고 있을까요
내가 언어화되는 순간 벌써 첫 번째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 끝끝내 대화라는 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 대환장 파티겠어요
언어는 난시를 유발해요
언어 자체가 안갯속이에요
안갯속에서 두려워 떨며
사람들은 실수로 서로를 찌르고
어떤 놈은 찔리기 싫어서 나 여기 있다 호통을 치고
또 어떤 놈은 사슴처럼 예쁜 노래를 부르는데
예쁜 건 아니고 생존 전략이에요
(자기는 뭐 남을 헤아릴 줄 알고 내면을 예쁘게 가꿨기로서니 그런 말을 하는 줄로 알지만 전혀 아니십니다 예예)
존재가 언어로 옮아가요
이래서는 아무것도 읽지 못해요
어휘력이 문해력이 부족해서가 아녜요
기본이 안 돼 있어서예요
언어 뒤에 숨어 눈치 보고 있잖아요
말글이 아닌 대화가 얼마나 정확하고 아름다운지 본래 우리는 알고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