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분명 길어졌는데 저녁은 이상하리만치 빨리 찾아온다. 너무 빨라 저녁 일곱 시와 아홉 시 사이 어딘가에 갇혀 버린 건 아닌가 싶다. 갇혀서는 똑같다. 거울을 보며 이를 닦아야 한다. 그리고 군말 없이 이를 닦는다. 두 시간처럼 닦는다. 이 순간만이 무한한 현실이고 나머지는 전부 꿈같다. 오늘 꾼 꿈에서는 창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고, 묽은 사과를 깎고, 메이저리그를 보고, 박하사탕을 빨면서 얼마간 변기에 앉았다 일어났다. 또 몇 가지 책을 조금씩 나누어 읽고, 햇볕을 쬐며 라디오를 듣고, 양반다리를 오래 하고, 젖꼭지에서 눈물 나도록 맨몸운동을 하고, 찬물 샤워를 하고, 밥을 두 끼나 해 먹고, 블루베리맛 아이스크림도 먹고, 설거지는 어제, 밥은 엊그제 지었고, 쓰레기는, 빨래는, 물은 언제 줬지,―모두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를 닦는 순간마저 꿈이 돼버리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걸까.
혀를 닦을 무렵 중력을 생각했다. 중력이 약한 곳의 시간은 빨라진다. 그러니까 내 밀도에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좀 오래됐지. 햇살을 넣어도 종일 눈에 힘이 없고 정신도 좀 흐리멍덩한 게 감각도 수묵처럼 번져있는 상태다. 얼마나 둔하냐면 세수하기도 힘들 정도로 손목이 많이 불편한데 통증이 정신에 타격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통틀어서 늙는 거라고 얼버무리기에는, 벌써 그렇게 됐나. 아닌데 나 아직 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