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누나

by 치카치카



떨어지누나

작년의 낙엽 위로

올해의 낙엽












먼저 떨어진 낙엽들에게 감사하십시오. 그들 덕분에 추락의 고통은 덜하고 그들이 밤낮으로 따뜻하게 안심시켜 줄 것입니다.


떨어지고 나면 나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밟히고, 부서지고, 땅으로 스미어 새로운 세계로 뻗어나갈 시간입니다.


사람에게도 꺾이는 시점이 있음을 어렴풋이 느낍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에 힘이 모이는가 하면, 나아가 ‘꺾여도 그냥 하는 게 중요한 마음’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은 마음이 꺾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낙엽은 이미 떨어졌는데 마음이 함께 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마음만은 푸른 하늘에 덜렁 매달려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망상으로 떠다니는 잎은 연못에 독을 풀 것이고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있는 잎은 동물의 발을 찌를 것입니다. 그러고는, 나는 ***뿐이었다고, 연못의 잘못이라고, 땅이 척박해 그런 거라고 탓할 줄밖에 모르는 어리석고 추한 모습으로 썩어갈 것입니다.


꺾인 마음을 즐거워하십시오. 꺾인 마음은 낙엽더미처럼 폭신한 것입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덮고, 거름이 되어 새순을 준비하는 거룩한 시간에 임하는 것입니다. 낙엽 위에 풀썩 스러져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십시오. 함께 즐거워하면 그 어디에도 희생은 없습니다. 이 마음을 쓰지 못한다면 우리는 몇 번이고 다시 살아야 할 것입니다.


꺾인 마음을 두려워 마십시오. 그것은 삶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또 하나의 계절입니다.

하이쿠




이 하이쿠는 단순히 낙엽이 해마다 겹겹이 쌓이는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단어의 층위를 통해 시간과 관계를 교차시킵니다.


‘위로’의 이중성

물리적 위치로서의 위: 작년에 떨어진 낙엽 위에, 올해의 낙엽이 포개집니다. 시간은 쌓이고, 계절은 중첩됩니다.

정서적 위로: 먼저 떨어진 낙엽들이 뒤이어 떨어지는 낙엽을 부드럽게 맞이하고, 추락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처럼 읽힙니다. 단순한 위치어가 위로(慰勞)의 의미를 띠면서, 하이쿠는 다정한 뉘앙스를 얻습니다.


‘떨어지누나’의 언어적 장치

원래의 표현은 ‘떨어지는구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이를 줄여 ‘지누나’라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겹이 있습니다.

소리의 절약으로 리듬을 다듬고, 구어적 부드러움을 줌.

‘지는구나’라는 계절의 순환(잎이 지고, 해가 지고, 해마다 삶이 져가는)을 함축.

동시에 ‘지(氏) 누나’라는 뜻밖의 농담을 심어놓음. 낙엽이 쌓이는 장면에서 인연을 만나듯, 언어가 우연히 사람을 불러냅니다.




화, 목, 일 연재
이전 03화새파란 밤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