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단풍이 제법 색을 냅니다. 발만 대충 담그고 바닥에 드러눕는 성질 급한 낙엽도 많이 봅니다. 많아졌습니다. 보면서 얼마 전 지은 하이쿠를 읊어봅니다. '떨어지누나/ 작년의 낙엽 위로/ 올해의 낙엽...' 이 하이쿠는 조금 마음에 들어서요.
요즘 저는 세상의 부정한 것들에 주의를 많이 뺏기고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증기기관차가 칙칙폭폭 달립니다. 분노가 차오릅니다. 곤란합니다. 참으면 지금 힘들고 참지 않으면 이따가 힘듭니다. 하지만 모른 체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눈 딱 감고 불의와 부정을 저지른다면 나 같은 사람(때때로 성가시고 피곤한 스타일)은 눈 부릅뜨고 나름의 정의와 정직을 분출하며 균형을 맞춥니다.
가을에는 봄며름 한바탕 자라난 가시들과 덧입은 허물들을 잘 떨궈내시길 바랍니다.
원래는 좀 더 격정적인 연출을 염두에 두고 늦가을이나 태풍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시기가 맞지 않고 작금의 심정은 담아야 했기에 부족하지만 가을비로 완성되었습니다. 다 떨어져도 떨어지지 않는 생의 무엇에 관한 소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