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뿐이고

by 육순달



쉬고 있을 때

찾아오는 손님은

모기뿐이고












산 꼭대기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정상에서도 그러나 온전히 쉴 수 없다. 관절을 들썩이며 지독한 모기를 더 지독하게 쫓아내야 한다. 꼬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렁소의, 붉은여우의, 아님 도마뱀 꺼라도... 도대체 꼬리는 왜 사라진 걸까(나는 필요 없다 말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새끼개들의 꼬리는 왜 자꾸 짤라먹는 거며. 내 꼬리도 태어날 때마다 어떤 놈이 개새끼처럼 짤라대서 기억 너머의 고통들이 돌연 변이되어 지금 이모양이 된 건 아닐는지.



정상에서 야금야금 피를 빨리고 있으니 괜히 정상인(頂上人)들은 얼마나 피곤할까, 싶다가도 제자리에서 귀엽게 무릎을 튕기는 모습을 보면 피곤이 웬 말인가. 어쩌다 피곤한 날도 있는 거지. 그 순간 제비나비 한 마리 슥 지나가면 그마저도 가시고. 가신 자리 제비나비 들어와 춤추면 좋겠고. 다람쥐는 고양이 눈 피해 내 등 뒤로 숨었음 하지만 뒷짐 지고 걷는 까치라네. 하이쿠







(가만 보면 숨소리 만으로 나를 찾아내고... 아무 의심없이 엄마 젖 먹는 듯하니... 가끔은... 뭐 아주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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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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