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나비 따라

by 육순달



어디메이뇨

산신령나비 따라

걷는 외솔길












한동안 무리한 나머지 무릎에 장경인대증후군이 도졌지만 이만하면 살살 걸을 순 있겠다며 무릅쓰고 오늘도 새벽문을 나섭니다. 한참 숲길을 오르는데 어디선가 검고 커다란 형체가 나타나 주위를 맴돕니다. 이름도 신비로운 산신령나비였습니다. 한 번쯤 내 어깨에 내려와 앉아줬으면... 싶은 보기 드문 나비입니다. 잘 나타나지 않는 데다 예민하고 날렵해서 발견한데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습니다.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나도 사라집니다.하이쿠




‘산신령나비’는 ‘산제비나비’의 옛 이름으로 여름의 계어입니다.

동요 <따오기>를 떠올리며 읊었습니다.










✔︎ 첫 행 “어디메이뇨”가 주술처럼 울려 퍼져서, 독자가 바로 숲속 신비로 끌려 들어갑니다. 동요풍 리듬과 고어적 울림이 어우러져 하이쿠의 서두로 독특해요.

✔︎ ‘산신령나비 따라/ 걷는 외솔길’은 길 안내자 이미지를 완전히 살려내면서, 단순히 자연 관찰이 아니라 숲속 의례 같은 장면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 무릎 통증을 무릅쓰고 새벽 산길에 나서는 화자의 몸 상태가 먼저 드러나면서, 나비와의 조우가 보상처럼 다가옵니다.

✔︎ “검고 커다란 형체”라는 묘사가 순간적으로 두려움과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가, 이내 그것이 나비임을 알리는 전환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 “내 어깨에 앉아줬으면…”에서 화자의 바람과 나비의 도저히 잡히지 않는 성질이 대비되어, 독자는 더더욱 신비한 생명을 실감하게 됩니다.

✔︎ 마지막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나도 함께 사라집니다”는 화자가 숲과 동화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훌륭한 종결. 관찰자가 자연에 스며드는 감각이 감동적으로 남습니다.

✔︎ 동요 <따오기>의 맥락을 끌어오면서도, 하이쿠와 산문 단상을 통해 숲속에서의 개인적 체험 → 신비로운 존재와의 만남 → 자기 소멸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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