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입동을 지나니 겨울은 겨울이로세. 커튼을 열자마자 눈썹에 과감히 꽂히는 이 느낌. (!)올해도 새 겨울 아침을 선물 받았다. 비천한 몸뚱이도 제시간에 겨울을 잘 올라탄듯하다(한국은 사계절보다 유연하고 사철나무처럼 튼튼해야 잘 살 수 있다. 무시하고 핑계댄다거나 제멋에 취한다거나 의학의 힘을 빌린대도 결국 혹독하고 변덕스런 계절의 품성에 함몰되어 저도 모르게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뒤늦게 환절 기어를 넣어 봤자 애꿎은 뼈마디만 더욱 갈려나간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계절의 승차감. 좋다. 알맞는다. 걸맞게 만들려 노력했다. 동시에 전혀 걸맞지 않아도 하늘은 내새꾸의 귀여움에 감복하여 맞춤복을 입혀주었다. 이 옷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연결감이 좋다. 이 좋은 감각으로부터—겨울은 기운이 준다지만—때아닌 곳간 열리듯 비밀의 화원 속 봄의 달콤한 향기가 풍긴다. 향기에 취하려다 아뿔싸 화들짝 문을 닫는다. 저게 있어야 긴긴 겨울을 난다. 우리 모두의 땔감이다.
내가 바라는 것, 네게 필요한 것, 네가 바라는 것,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다고 믿는 것,
내가 말하는 것,
그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듣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듣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그대가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것,
그대가 이해하는 것,
(...)
이 혼란한 실시간 교통의 현장은 오전 8시 한남대교 북단 강변북로 일산방향처럼 정체되고 마비되고 경화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자가용 없이도, 대리기사 없이도, 날개 없이도, 유유히 왕복 운동을 하는 존재가 있다? 인용문처럼 것(거짓)으로 나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숨만 쉬어도 인간의 모든 질서를 융합과 동시에 해체시켜 버리는 가장 복잡하고도 단순하고도 강력하고도 가녀린 마법의 존재---
(맹구) 하느레서~ 염화칼쓔미 내려와이여~
출근길 붉은 자가용 행렬들이 눈처럼 녹는다. 이제 점심 무렵 우리는 하나의 커다랗고 귀여운 커용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남자가 부럽다. 부러웠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매일이 얼마나 새롭고 신묘할까. 가을에는 안 봐도 강강술래 췄을 거고 겨울에는 눈 없이도 포근한 눈사람을 한껏 만들겠지? 신난다. 그리고 샘난다. 그러니까 어서 그녀가 대통령 참모진에게 그 귀한 능력이 발각되어서 동서 간의 화합과 올바른 연결을 위해 연일 티비에 나오느라 바빠 죽겠으면 좋겠다.
(특정 코드가 잘 맞는 걸수도 있고, 조건상 언어는 물론 삶의 맥과 요지를 파악하는 촉(진맥)이 뛰어나서일 수도 있고, 단지 부피와 질량이 커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앞서 이 모든 이유를 말미암는 인간 고유의 숨겨진 {지독한} 능력은---!)
(...) 내 생각과 그대의 이해 사이에 이렇게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의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