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이 황금빛 은행닢들 좀 보소~ 이렇게나 다채로우니 우리 선조의 정신이라면 자연히 노르스름, 누리끼리, 노릿노릿,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지... 그런데 노랑은 대체 어디 있는 걸까?
산에 오면 이렇듯 입장부터 혼미하지만 가능한 먼저 경건히 눈을 감고 '저 왔어요!' 하며 산의 마음통을 건드리는 게 우선이다. 가늘게 떨리는 파문이 찬공기의 내막을 찢고 내가 모르는 곳을 누비다 이윽고 나의 전두동을 두드리면 그 자리에서 하이쿠 몇 편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오늘은 바닥에 수북이 깔린 낙엽이 유난히 도톰하고 아늑해 보여서—막 옛날식 누빔이불 같고 당장에라도 몸을 비비고 싶은 마음에—언젠가 이 자리에서 꼭 외박을 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그러고 보니 해 떨어지고는 산에 머문 기억이 없다. 밤산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나를 반길까. 반딧불이가 마중나올지도 몰라.
은행나무 가슴께에 가만 손을 갖다 대고 있는 아줌마. 다른 손엔 바구니 한가득 은행이... 둘이 무슨 얘기 중일까?
낙엽 쓸듯 여기저기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포클레인, 드릴, 전기톱...... 맞지? 전동드릴소리 가을의 계어 맞다니까 그러네. 늘 달리던 코스도 공사로 통제된 덕분에 이 고객님께서는 아주 잠깐 당황하셨지만 산은 내가 더욱 신낼 수 있는 새 프로그램을 호다닥 짜주었다.
산사에 앉아 있으니 멀리서 염불소리 밀려온다. 가만 쥐어보니 관세음보살 다섯 글자로 되게 재밌게 논다. 멜로디와 리듬이 무궁무진한데 점진적이면서도 순환적이고 문답적이기까지 하다. 모나리자 게임 같기도 하고 아놔 나 이런 거 좋아하는데 큰일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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