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질 하던 남잔 이윽고

by 자진유리




오늘 아침으로 읽는 어제자 잔소리.

17. November
무른 반죽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불과 같은 것이 바로 열정이다.
- 조지 앨리엇 (1819-1880) 영국의 소설가.


잔소리의 아쉬움, 반대편은 통 말해주지 않는 것.

고무장갑 뒤집어 까서도 말해줘야지... 친절하지가 않아... 사려 깊지가 않다고...

선(善)이 뭐라고 했지요? 착수하는 일의 이후의 이후의 이후를 세 번 생각하고 인과를 헤아리는 것이라 했죠?

매사 쉽지 않겠죠? 한 마디도 어렵죠? 어쩔티비? 그러니 처음엔 '이후'의 컷을 좁혀서 연습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처음 기타를 잡았을 때처럼 세상의 선(線)을 건드려 보십시오.

이처럼 잘 살려면 스스로가 의미를 잘 찾아먹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공기의 의미가 더욱 중요(소중)한 것입니다.

그것들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와 더욱 밀접하므로 진실에도 더욱 가깝습니다.


그럼 오늘의 잔소리를 뒤집어 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는 소리 하나를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그리고 뒤집어 보세요.

(예) 단단한 돌덩이를 무르게 만들어주는 물과 같은 것이 바로 냉정이다.

(생각해볼만한것) 무른 반죽이 무를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무른 반죽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

열정의 반대말은 냉정이 익숙하게 들리지만 그보다는 온기, 사랑 같은 단어가 문장에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냉정하게 바라보면 머지않아 냉정도 틀리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공기의 의미를 바라보는 시력이자 궁극적인 선(善)을 위한 연습입니다.

사진=양말아저씨 – Google 검색

1 (빗속을 질주하던 어느 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피막이 벗겨져 뾰족한 돌멩이들로 발바닥을 아프게 하는 땅이 있고... 비를 흡수해 더욱 폭신해지는 땅이 있다...... 부드러운 땅은 빈틈이 많고... 입자는 고와서... 공기를 품을 수 있고... 무엇에 젖더라도 폭신해질 수 있는 것이리라... 2 지금 내 앞에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깔아놓은 길과 자연의 길... 비포장은 울퉁불퉁 발바닥에 닿는 감각이 다채로워 지루할 틈이 없고... 허튼 생각으로 걸음이 낭비되지 않는다... 그러나 포장길은 어떤가... 어땠는가...... 왼발은 포장, 오른발은 비포장... 그대... 잘할 수 있겠는가...


3(필연적인 불안, 걱정 따위{마라, 사탄 등}를 상대하는 팁)

첫째. 까짓 거 수틀리면 나가 뒤지면 그만이다. 배짱과 강단을 가지란 말이다. 가장 심플대범한 데다 신의 얼굴에다 잠시 흠집까지 낼 수 있는 통쾌한 방법이기도 하다. 어느 다큐에 나온 젊은 수도사는 항시 3초 뒤에 죽는다고 생각한단다. 그런 사람에게 무엇이 남을까. 얼마나 사랑과 감사가 넘치고 친절하게 될까. 얼마나 심플하고 웃긴가. 실제로 3초 뒤에 죽을지도 모르는 사선에서 매 순간 가슴 졸이며 사는 사람들도 여직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죄다 배부른 소리가 맞는 것이다. 죄다 헛짓거리나 하고 앉아있는 것이다. 남 생각은 물론 제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나 하는 수영도(호흡도) 제대로 못 배운 녀석이라는 거다. 적어도 이 한 생을 통과할 때 제 풀장 안에서라도 자유롭게 헤엄칠 줄은 알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지 않겠는가.

둘째. 제발 좀 그때 가서 생각해라. 지금 하니까 걱정이지 닥치면 아무것도 아니다. 좆밥이다. 항상 지금만 잘 지내면 만사가 형통한다. 만약 욕심이나 습관이 있다면 내일까지는 끌어안아 잘살아보려는 욕심을 가져봐도 좋다, 그런데 일주일은 너무 많다. 그러니 질병에 빠지는 것이다. 순간으로 주의를 옮기는 것에 단련이 되고 나아가 하루를 믿고 나라는 거대한 존재를 강력하게 믿게 된다면, 말미암은 세상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되면, 그 언제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치든, 또 무슨 예감, 관념으로 익히 알고 있는 필연적 상실과 그밖에 사사로운 걱정마저도 목에 난 점처럼 왜소해질 것이다. 그놈의 지금여기현존나발레라..., 그 에너지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중력이자 미래이자 힘이다.

(일주일, 한 달 전부터 걱정하고 준비해야 되는 것들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안 해도 그만인 것들뿐이다. 노란 비만덩이인 것이다.)

셋째. 이도저도 안 되면(늘) 하나님께 맡기라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앞선 방편들보다 훨씬 어렵지만 쉽기도 한 방법. 의탁하는 것이다. 삶 위로 올라설 발받침을 얻는 것이고 세속의 풍파로부터 나를 지킬 빛의 망또를 두름과도 같다. 그런데 추레한 넝마를 걸치고서 마치 저가 신의 사자인양 횡포 부리는 어리석은 존재들이 많도다. 주제에 하나님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자들의 몰골이다. 감사히 보고 느끼면(불교도적 연민을 일으키면) 그만이다.


—여기까지 '버티는 게 능력인 줄 알았다'는 스쳐가는 고백을 듣고서 영감 받아 씀이다(역시 병인 것 같다).


조울증에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

그대의 가슴에는 모든 불의, 거짓과 싸워 이기고자 하는 전사, 진리의 사도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혼돈을 사랑으로 고치려는 고독한 마법사의 여정이기도 하다.

매우 건강하고 위대한 작업이다.

새로운 차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번데기의 혼란이자 존재의 재구성 과정이다.

그러니 기다리라. 참으라. 버티라. 이 순간에 오직 머물러 보라.

햇빛 모으듯 집중하여 그대의 모든 겹(양극성장애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 포함)을 불태워버려라.

스스로를 더욱 거세게 진동시켜 그만 알에서 깨어나오라.

고통의 진폭이 커질수록 그대는 더욱 거대한 사랑으로 깨어날 것이라 믿는다.

(아무에게나)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귀한 경험이다.

아무도 그런 식으로 삶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가볍게 사춘기다 하고 즐겨 보라.

그런데 사춘기 때와는 다르게 사춘기의 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영광의 특별한 이행기라 생각해 보라.

(사춘기는 앞으로도 줄기차게 다가올 것이다. 그에 부합하는 힘을 가진 언어를 약속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건 일주일하고 며칠 뒤),

오늘 유독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요란하길래 생각난 김에 또 청소하기로. 현관 안쪽 3차원을 꼼꼼히 닦아내고 복도로 나가보니, 웬일로 옆집 택배박스들이 반계단 밑으로 내려가 있는 모습. 나는 언젠가 사은품으로 받은 캠핑박스를 밟고 올라가 화장 지우듯 분진 앉은 벽을 신나게 문지르고 있는데 때마침 택배기사가 올라오며 소리친다. "아~씨 스트레스받네." 나를 옆집으로 생각했을까. 아니면 나도 덩달아 고생하는 걸 보고는 동질감의 표출일까.

(나의 선택1) "진짜 좆같지 않아요?"

(나의 선택2)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예요? 사람 앞에 두고 그러면 되게 없어 보여요 젊은이... 일은 일! 일에 감정을 어쩌고저쩌고..."

저녁이 되니 웬 아이들과 아낙들 웅성이는 소리로 시끌벅쩍. 가만 들어 보니 옆집 아이의 생일인가 보다. 요즘도 생일잔치를 하긴 하는구나... 그런데...

(선택1) 역시 물리적 거리는 하등 중요치 않다. 케잌 한 조각 안 내미네 썩을.

(선택2) 그래서 그런 거구나, 축하한다 귀여운 꼬맹이, 그리고 예쁜 아가씨도, 나도, 더 예쁘게 자라렴.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이 창조하는 것만이 변한다. 생각 감정은 창조물이며 그것에 집착하고 얽매임 역시 창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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