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여왕

by 자진유리

최강야구가 반으로 쪼개진 틈을 타 야구여왕이 고평릉 사변처럼 본색을—고혹한 자태를 드러냈다. 방영채널도 단장도 감독도 코치도 이러나저러나 썩 오래 보고 싶진 않은 얼굴들뿐이지만 아야카 때문에라도(앞세워 광고를 얼마나 때리던지) 생각날 때면 들여다보겠노라 다짐했건만 첫 화만에 다른 선수를 응원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운명처럼 아야카 다음으로 등장!). 내 몫의 짠내가 조금 덜 미친들 아야카는 존재 자체로 끝없는 바다이자 사랑이므로 그 사랑을 내가 받았음 받았지 굳이 이 미련한 애정까지 그녀에게 더하지 않아도 될지어다. 오랜만에 신수지 선수가 화면에 비치니 과연 세월은 흐르긴 흐르나 보다 싶고 과거 빙상 이슈들을 문득 떠오르게 하는 얼굴도 보이고, 하지만 대부분이 낯선 얼굴들인데 그건 비인기종목에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누구나의 가장 거룩한 삶의 모습일 뿐이리라. 그런 데다 각자의 분야에서 정점에 올랐던 이들이니 그것을 야구로 버무리든 농구로 부대끼든 바보가 아닌 이상 잘 해내지 못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내가 응원할 선수는 저승에서 돌아온 관운장 님이신데(여성–골리–포수, 세상 무엇이 이보다 더 섹시할 수 있을까),


관운장 아니고 신소정 前 아이스하키 선수. 나는 하키를 배운 적은 없고 다만 어릴적 하키체로 하도 뚜들겨 맞아서 무의식의 마조히즘 같은 것에 이끌려버렸는지도–




캐치볼 주고받는 것을 보다 보니까...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와 두 남동생들과 같이 망막색소변성증을 차츰 앓았는데 우리는 권태로울 때면 신에게 대들듯이 배드민턴을 치곤 했다. 그 옆에서는 나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귀철이형이 갑상선 항진증을 달고 도저히 멈출 줄을 몰랐다. 진짜 웃겼는데. 라면물 끓는다.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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