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야
12개월 1년 365일 24시간 60분 60초로 다져진 숱한 낮과 밤을 내가 의심한 적 없고—24절은 귀엽지만—동의한 바 없으며 나의 열조(烈祖)와도 약속된 적 없으나 모른 척 예까지 흘러온 바 이제 나도 도로 단순에 이르는 길 위에 놓여 있으니 거기 잠시 내 이야기를 들어라
산의 모두는 만날 때마다 늙고 새로운데 그 성역에 우뚝 박힌 말 한마디가 돌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는다 말을 남김이 어떠한가 말에 자리가 필요한가 말이 자라고 빛나다 떨어지는가 무엇도 못하는 마른 이의 입술이 한겨울에도 가을처럼 추하다
베란다의 흰 벽이 눈처럼 떨어지고 창밖에는 비둘기와 까치의 허리춤마다 하얀 솜이 일어나니 내 머리도 하얗게 빠지는 듯하다 산에도 빛이 바래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잎들이 떨고 있었다 떨어지고 나서야 기운이 빠지는 낙엽이 있었다—선백발 후탈모와 선탈모 후백발이로다
사뭇
사람이 올려다보는 끈질김은 추한가
사람에게 짓밟히는 떨어짐은 추한가
무엇이 사람을 추한가
바스락대는 낙엽들의 사연 한 순간도 알지 못하나 술담배와 기름을 맥도 없이 태우는 끝 모를 젊음들아 부디 그대의 생존에 머리카락이 필요한 삶으로 향하라 그 낙엽을 누가 추하다 하겠는가
들뜬 이야
덜 떨어진 이야
내향을 견디라
영상들아
너희를 걸어 넘어뜨리거나 잡아당긴 적 없으니 탓하지 말라 너희는 안중에도 없으며 우리는 다만 영에서 영하로 향함이다 육지에서 바다로 향함이다 하늘만 보이고 하늘 밖에 모르는 치들은 앞만 보는 단면벌의 가면 동전의 옆면을 세어 보고 한발짝한발짝 세워 보라 동전을 동전이게 함은 마디마디 숱한 면들이니 창공의 독수리는 인간을 비웃지만 돌고래는 연민한다
자만을 자신감으로
비하를 겸손으로
집착을 끈기로
두려움을 신중함으로 머물게 함이 그 안에 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