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축구를 보다가 라면을 끓여 먹었더니 간밤에 가위에 눌리고 말았다.
이제 어디 가서 가위는 평생 딱 한 번 눌려봤다라고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딱딱한 거실 바닥에 쓰러져 깜빡 졸았나 보다.
아직 낮일 텐데 세상은 눈을 감은 것보다 어두웠다.
머리맡을 더듬거리자 화분 하나가 거기 있었는지
줄기잎들이 손목을 간질였다.
어둠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한번 더 눈을 떠야만 이 환상에서 깨어날 수 있을 거였다.
11시 방향에서 작은 별 하나가 은빛으로 유일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빛을 벌리려 애썼다.
마치 번데기 속의 꿈틀거림이었다.
수명이 다한 형광등처럼 몇 번인가 세상이 깜빡거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나는 금세 힘이 다했다.
그러자 몇 가지의 공포들이 겹겹이 눈앞에 아리었다.
그런 것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차츰 이대로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어둠이 햇살보다 따뜻했기 때문이었다.
평온은 서서히 환희의 느낌으로 변해갔다.
그 힘이 살며시 눈꺼풀을 들추는 것 같았다.
아직은 촉촉한 몸으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11시 방향에서 작은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
아- 우리는 덧없는 축제로 지옥을 밝히는 반딧불이고,
필경 흙을 털고 화분 너머로 날아가야만 할 운명이자,
우주라는 거대한 번데기를 깨움에 투신해야 할 숙명이라면,
풉, 그대는 어떻게 살 것인가
호접몽(胡蝶夢), 봄밤(春の夜)은 봄(三春)의 계어.
늦은 밤 야식을 먹고 바로 잠들면 소화기관이 활발하게 움직여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가위눌림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가위눌림이 발생했을 때는 몸 전체를 움직이려 하기보다 손끝, 발끝, 혹은 눈동자를 움직이려고 집중하면 의식이 뇌로 전달되어 빨리 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