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

by 자진유리


달력을 안 보고 살기란 어렵다. 사랑 없이 흩어진 아침들을 기억하고 있다. 벌써 금요일. 낼모레면 클쓰마쓰다. 작년엔 빨강파랑 고추 넣고 계란장을 담가 먹었던가. 동생 생일이기도 하니 10만 원이 빠져나갈 것이고 나는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지. 토마토랑 브로콜리, 계란 넣어서.

영화나 실컷 볼까? 좋은 시간을 선물 받고 싶다. 누군가 날 보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부모 제외. 나는 기꺼이 파이트클럽의 잭과 테일러처럼 싸울 것이다.

가족이 필요하다. 그래서 당신도 스스로 분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의 분신 또한 내가 건드리지 않으면 잉태되지 않는다. 별수 없이 유튜브 선생들이나 영화, 음악, 악기, 책, 당장은 인조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나나 모두에게 이로울 것임을 안다.


그치만 나도 잠깐은 떠올려 줘.

이미 오래 기다렸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나 아직 가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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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선릉역으로 오랬잖아 왜 신림역으로 가고 있어 난... 정말... 길치~"






김응빈 교수왈, "식물도 소리를 듣거든요. 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측정 가능하고요. 꿀벌 소리를 들려주면 달맞이꽃이 꽃꿀을 더 많이 만들기 시작해요."


"소리라는 거는 결국 울림이잖아요. 근데 우리도 듣는 게 결국 따져보면 고막의 울림을 우리가 청신경을 통해서 뇌에서 이렇게 인지하는 것뿐이지 울림을 느끼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그거는 딱 정해진 그거밖에 없는 거고, 근데 자연계에 있는 다른 생물들은 우리는 듣지 못하지만 그걸 듣고 있다고 보게 되면 식물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게 땅에 뿌리를 박고 진동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다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아마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들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소리로 서로 소통하고 있을 수도 있다라는..."



거 봐. 식물도 말하고 듣고 다 해. 우리가 딸려서 모를 뿐이지. 물을 안 주거나 가지가 잘려나가면 반응한다는 게 증명됐다잖아.


무슨 기관. 듣지도 못하는데 그 본질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어. 울림이 안 느껴져? 이게 안 느껴져? 이놈 귓밥 봐라.


자비로워. 자기를 감추고 아무 소리 않고 다 줘. 그러니까 함부로 채식주의자라고 잘난 체하지 말란 말이야. 우리를 언제 어디서나 연민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그러니까 물 주러 빨리 조퇴해. 업 쌓인다니까. 업싸이클하ㄹ 그만


근데 우린 왜 못 듣는 거야?

마음 약해져서 못 뜯어먹을까 봐?

맘 편히 먹으라고 그렇게 만든 거야?

그렇게 배려를 해줬다고?

우리가 그렇게 귀해요?

아직도 우리가 소중해요?


열려라 참깨

모든 감각을 기쁨으로 터뜨리고 나면

슬픔으로 벗기고 나면

장막이 걷히고 닫히고

걷히고 닫히고

빛과 어둠너머

나의 작은 떨림을

설렘의 이유를

진실을 알 수 있게 돼


니콜라 테슬라는 우주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모든 것을 에너지와 주파수 진동에 입각해서 생각하라 말했지. 그는 3, 6, 9에 집착했지만 나는 1, 4, 7을 좋아해. 1, 4, 7은 각각의 죽음을 넘어선 새로운 탄생이자 있는 그대로 3이고 덜거나 더해도 결국 3이기 때문이야.

이것만으로도 자연법을 조금 엿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가 100살까지 산다고 쳤을 때 우리에게 크게 세 번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거야. 10년, 1년, 토막으로 쪼개도 그 안에서 동일하게 작용하지. 100살을 넘긴대도, 자손을 퍼뜨린대도 별다를 건 없어. 기본적으로 우리는 프랙탈구조를 따르기 때문이야.

그렇다 해서 10살, 14살, 17살, 24살, 70살, 고정되어 있진 않지. 결정론을 배제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문명 사고事故 리스크가 있어. 그조차도 자연법 안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거든. 우리는 최상위 포식자라 불리지만 우리도 잡아 먹히지. 언어, 정치, 사회, 종교, 윤리, 폭탄, 자동차, 창문, 모자... 우리 관념이 만든 부산물들에게 말이야.




"식물도 잠을 잔답니다. 하지만 식물의 잠은 동물의 잠과는 달라요. 대부분의 식물은 1년에 한 번 정도 잠을 자는데, 식물의 잠을 휴면이라고 해요."


"식물이 잠을 자지 않으면 쉽게 병에 걸려 썩기 쉬워요. 식물은 보통 겨울에 잠을 자요. 여러 해를 사는 풀이나 나무들은 겨울에 잎을 다 떨어뜨리고,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멈춰요. 가지도 말라죽어 있어요. 하지만 땅속의 뿌리는 살아 있답니다."


"이런 상태로 겨울 동안 잠을 자는 거예요. 그러고는 봄이 되면 잠에서 깨어나 연두색 새싹을 틔운답니다."- 어린이조선일보 중


뿌리가 정신. 그래서 관용적으로 쓰는구나. 겨울에는 뿌리를 튼튼히 하는 데 집중해. 정신만 차리면 그만이야. 그래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뭘 해야 되냐고. 뭘 안 하면 돼. 그 버릇 좀 내버려 둬. 내버려 둬. 초월해 봐. 그럼 그게 너를 이끌어갈 거라 믿는다. 그리고 이미 다 알고 있잖아. 봄이 올 거라는 거. 왜 자꾸 모른 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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