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딱 걸렸어

by 자진유리



사춘기였다.

다 그랬다.

디아블로 하러 피씨방 가고.

엑스재팬 듣고.

다 그랬다.

맞잖아.

뭐... 날 좋아하던 방송부 애한테 부탁해서.

점심시간에 silent jealousy를 전교에 틀어버린 새끼는.

나다.

들썩들썩.

깨갱깽깨개갱.

와장창.

뭇 선생들은 밥을 먹다 체했고.

그 애가 나 대신 혼났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내 안에 흑염룡이 시킨 거야.

너도 endless rain은 좋다며.




교회의 기둥이었던 내가.

일요일 아침마다 짜증을 내고.

교회를 가내 마네 아빠랑 씨름할 때.

그나마 그 녀석이랑 같이 교회 째고 피씨방에 씰이라는 게임을 하러 가거나.

교회 끝나면 떡볶이 사먹고.

또 피씨방이나 가는 맛으로 버틴 거였는데.

그나저나 그 녀석은 할아비가 장로였고.

멀리서 좋은 차 타고 교회 오는.

나보다 하얗고 나보다 더 귀공자라면 귀공자인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아무튼 유행이나 정보면에서도 나보다 그쪽이 앞섰는지.

그런 중심권에 살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그 녀석은 스타크래프트가 막 처음 나왔을 때.

(초딩이 당최 어떻게 한 건지) 불법으로 구운 CD를 내게 선물해 주는가 하면.

정동진으로 새벽 기차 타고 수련횐지 해돋이인지 보러 가는 날에.

엑스재팬의 인스트루멘탈 카세트테이프를.

졸고 있는 내 마이마이를 강제로 벌려.

쑤셔넣었다.


정말 애석하게도.

평생 가장 강렬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첫 키스도 아니고.

첫 무대도 아니고.

바로 그때다.

깨어나지 말아야 할 게 깨어난 느낌.

들어서지 말아야 할 게 들어선 느낌.

아담이 사과를 깨물어 먹은 다음 이야기 같은 거.

식상한 거.

빤한 거.

그거.




기록해 낼수록 드러나는 것은.

다 나한테 하는 말이구나.

그리고.

내 속에 무언가가 20년 전 그대로.

썩지 않고 남아있다는 거.


그것은 반항심과.

서툰 사랑과.

음악성으로 가지를 뻗어.

진홍색 깃발을 흔들었지만.

몇 번의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스스로 노란 손수건을 걸고는.


말라죽었다.


그 정체에 대해서.

정신에 대해서.

내가 이토록 자기 파괴적인 락스피릿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불쑥불쑥 나를 집어삼키려 한다는 것을.

나는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했다.


네 이놈.

너로구나.

너 때문이로구나.


보이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었다.


그냥 지루해서.

갑자기 의자를 휙 돌려 앉은 것마냥.


나타났어.


그렇게 갑자기 얼굴을 내밀면.

나는 내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가늠이 안 돼.

이게 말이 되나.

너무나 허탈하고.

참혹한 심정.

잘 표현되고 있나.

넋이 나간 것이.

호흡이 툭툭 끊기는 것이.


정말 까맣고 막.

응어리들이 바닥에서 뻘처럼 발목을 잡아당기는데.

일단 좀 더 가 봐.


이게 뭘까.

나는 이런 거 원래 없었는데요.


어쩌다 악을 두르게 되었을까.

어쩌다 이런 음울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뿜게 되었나.


그게 그렇게 멋있었어?

충격적이었어?


오랜만에 기타 줄을 조이고.

지판을 거꾸로 내려가다 보니 알겠더라.

거기서부터 인생 꼬였다면 꼬인 것이고.

차라리 드럼을 쳤더라면 속이라도 시원했을까.

아직도 내가 중학생이라는 게 믿기질 않는다.

이제 어떡해야 하나.

다시 공부를 해야 하나.

10년만 공부할까.

근데 뭘.

공부하면 뭐 해.

10년이 지나면 그 지식은 이미 낡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그러니까.

절대 변하지 않는 걸 익혀.

가꿔.

그래 그거.

썩지 않고 남아 있었던 그거.

그걸... 어떻게 잘 좀 해봐.

그건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한.

아니 멸망해도 어쩌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뭐냐고 이 건포도 같은 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어 땅에 심어 볼까 먹어치울까 완전 굳어서 떨어지지도 않는데? 이게 원래 뭐였지? 왜 이렇게 딱딱해? 왜 이리 쭈굴쭈굴하고 시커메? 뭔데 암덩이처럼 거기 그렇게 딱 붙어 있느냔 말이야 이를 우짤꼬이를


우짤꼬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내가 뭘 놓친 거지 대답 좀 해봐 응? 거기 아무도 없어요? そこに誰もいませんか? 너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너 대체 뭐야 뭔데 왜 뭔데 날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뭐? 미토? 잘 안 들려! 미토콘? 미토콘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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