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의 글을 못 읽고, 영화마저 잘 못 보는 이유가 있단다.
열에 아홉은 반드시 열받기 때문이지.
열이 나니 한숨을 아주 거칠게 내쉴 수밖에 없단다.
그래야 열이 조금이나마 빠져나가기 때문이지.
그래서 주되게 글이 이모양인 게지.
이 잡것들은 꼭 나를 쓰게 만들어.
눈에 띄지 좀 말란 말이야 제발.
나의 원료가 얼마나 야사시하고 카와이한지는 아무도 모르지.
육참골단이 아닌 애처로운 골참육단이지.
한숨이 얼마나 깊고 방대한지 옆에 뉘인 통기타가 저 혼자 연주를 한다.
놀라워.
실로 모든 게 놀라워.
열받는 것만 잘도 골라서 내게 노출시킨다.
아주 날 골탕 먹이려 작정한 모양이다.
순순히 탈퇴를 해주든가 해야지 원.
안 맞아.
우리는 너무나 안 맞아.
오늘의 한숨 포인트는 이랬다.
누군가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하 속마음)
기본이 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네?
그건 기본이 아니라 사회적 약속이라고 하는 거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는 거야.
때에 따라 지킬 수 없기도 하고.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과연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게 기본일까?
왜 그런 개뼉다귀 같은 규칙들에 둘러싸여서 더럽고 피곤하게 사는 거지?
아무래도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언어는 의미 전달만 되면 방식이야 아무래도 상관 없지 않니?
뭘 그렇게 따져싸?
이 끓는 마음을 식을 때까지 내버려 두기가 참 힘들다.
때문에 내 인생 주변과도 쉴 새 없이 다퉈왔고 나 자신과도 박 터지게 싸워왔다.
결국 힘없는 내가 떠밀리듯 선택한 것은 그들처럼 평범하고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 되는 거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죽음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뻘짓 겁나 하다가 스물다섯에 갑자기 명문대를 간 친구 녀석이 어느 날의 수업 주제에 대해 내게 얘기해 준 적이 있다.
이 그림의 장점을 말해보세요.
모르겠다.
나 또한 불행히도 그런 교육은 받아 보지 못하고 자랐다.
한국인들은 교육방침 탓인지 종특인지 비판은 누구보다 잘하지만 예쁜 면을 보는 훈련은 전혀 안 돼있다.
그들은 그들의 생각과 다른 부분에서 자꾸 걸려 넘어진다.
넘어져서 아프기 때문에 돌부리에 대고 실컷 뭐라 하는 능력만은 탁월하다.
왜 걸려 넘어졌을까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왜 궁금해야 되는지조차 모른다.
그들의 뇌는 교육 과정처럼 매우 정교하게 세뇌돼 있다.
세뇌는 영리할수록 잘 먹힌다.
생존을 위한 두뇌 시스템이 아주 나쁜 방향으로 진화했다.
획일적으로, 아주 혁명적으로 갈비뼈 순서가 잘못돼 있다.
접착력이 얼마나 강한지 아무리 강한 힘으로 쥐어뜯으려 해도 안 떨어진다.
화학 약품을 쓰세요~ 감동의 눈물 같은 거~
염병 내가 안 해봤겠니.
잡티 하나까지 완전히 소멸시켜야 돼 두 번 다신 재생 못하도록.
원기옥 날려야 된다고.
어째서 나는 이제와 그들의 갈빗대를 죄다 뿐질러버리고 싶은 걸까.
내가 감히 그래야 되나 싶으면서도.
그래야 잘난 대가리가 아닌 제 심장이 소중한 줄 알 거 아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고상한 취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