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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Mar 01. 2024

애착이불


오랫동안 이불을 잃어버렸다.

때문에 거의 두 달째 이불빨래를 하지 않았다.

깨끗한 호텔이불도 때로는 좋지만 사람들은 어째서 보금자리마저 똑같길 원할까.

깨끗이 무엇인지 여전히 모른다.

때문에 자기만의 이불이 없다.

그래서 잠도 잘 못 잔다.

자기을 몰라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은 밤새 덮을 이불조차 없는 것이다.


아무리 빼어난 세제로 빨래를 해도 일주일간은 껌종이를 덮는 것처럼 거북하다.

이불이 나를 덮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가 이불을 덮는다.

그러나 종일 기운을 쓰고 텅 빈 가슴은 이불 한 자락마저 덮지 못한다.

밤새 껌처럼 질겅대다 엉터리로 굳는다.


이불도 우주다.

자주 빨면 별도 못 보고 잘못하면 달도 지워진다.

꿈을 꿀 수 없다.

어둠을 헤맨다.

그는 태양 아래서도 똑같이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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