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회재 Mar 03. 2024

단짠 가슴


화장실 두 개를 연이어 청소하고,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햄버거를 시켜 먹는다.


애니멀 스타일로 해달라고 했다.

애니멀 스타일은 군침 흘리는 하이에나처럼 햄버거 소스와 치즈가 넘치다 못해 줄줄 흐르는 스타일이다.


소스를 입가에 칠하며 아침에 넘긴 탁상 달력을 한번 더 본다.

오늘은 법정 승려의 말이 적혀 있다.


가슴은 존재의 핵심이고 중심이다.
다정한 눈빛도, 정겨운 음성도 가슴에서 싹이 튼다.


그렇지.

당연하지.


우습다.

무언가 되어야만, 이름을 가져야만 말을 들어먹는다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것이.


가끔은 다시 속된 힘을 갖기 위해 노력할까 고민하게 된다.

아직도 젊으니까.

과연 그 어떤 지경에서도 똑같은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아무래도 이 작은 나라의 대통령 정도는 돼야 테스트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콜라 대신 밀크셰이크로 옵션을 바꿨다.

햄버거를 순삭하고 감튀에 밀크셰이크, 무한의 단짠 굴레에 오랜만에 입장한다.


단짠은 양극과 같다.

중심을 잡기 위해 마치 어쩔 수 없다는 양 계속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짠하지 않아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걸 모른다.

반드시 무언갈 해야만 허함이 없다고 착각한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자신을 위해, 범주를 위해,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무언갈 끊임없이 지속해야 잘 사는 줄로 안다.

그런 자신이 자신의 대표로 나서니 허함이 발생한다는 단순한 이치를 모른다.


그들의 가슴에는 엔트로피만 가득하다.

미안하지만 이제 나는 아무리 단짠해도 가슴쪼가리도 안 아프다.


잘 살아라.




작가의 이전글 애착이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