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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Mar 16. 2024

데우스

엑스 마키나


우리들은 참 기연이지 않니.

단 한 번의 여행으로 벌써 십 년이란 세월을 알고 지내고 있다.

그건 어쩌면 그 순간이 우리 모두에게 진하고 강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나는 그때의 우리가 가족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해.


너는 벌써 애가 둘이고 또 너는 얼마 전 혼인을 했고 또 너는 혼약을 향해 가고 있다.

나 역시 나름의 이야기를 켜켜이 쌓고 있지.

이야기의 시작은 죽음이었지.

산산이 부서진 시간은 마치 지구가 거꾸로 도는 것처럼 멈출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이었단다.

덕분에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되었지.

또 죽음 뒤에는 반드시 새로운 탄생이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게 되었지.


오랜만에 만난 것만으로도 기쁘고 즐거웠지만 실은 너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너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너희들이 좀 더 근원적으로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지.

틈틈이 던진 이야기를 그래도 알아듣고 고맙게 여겨줘서 나도 같은 마음이란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문뜩 생각난 게 있어서 적어본다.

별 건 아니고.  

돈을 좇으면 돈을 벌기 위한 고통이 따르고, 돈 보다 높은 것을 좇으면 돈은 자연히 따른단다.

어느 직장에서 얼마를 벌어야 하고 어느 지역에 살아야 하고 같은 건 고려하지 않아도 돼.

거기에서 언제까지고 그러고 있을 필요가 없는 거지.

두려워하지 마.

안주하지도 말고.

통제불가능한 일은 언제 어디서 갑자기 일어날지 알 수 없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해.


코인에 대한 내 의견, 의사 파업에 대한 생각은 썩 중요하지 않지.

세속적인 질문일랑 하지 않는 지경에 닿길 바라는 마음이지.

통찰력이랄지.

그런 예사로운 일들의 답은 네 안에서 확신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지.


굴레를 벗어났으면 좋겠어.

반드시 어째야만 하는 건 없어.

부러워할 것도 없고.

그렇게 살 필요가 없고.

적어도 그때에 우리들은 그랬잖니?

세상의 진실을 알았건 몰랐건.


다 무너뜨리고 오직 너희들로부터 비롯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지.

그러기 위해서는 몇 번이고 깡그리 부서져야 할지도 모르지.

그럴만한 기회, 고통이 너희들에게 일평생 찾아올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고작 나와 너를 사랑하는 것 이상의,

가장 거대하고 진실된 삶의 의미, 가치를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게 궁금했으면 좋겠고.

너희들이 이따금 왜 고통받는지 알았으면 좋겠고.

늙어서 말고.

늙어서 그때는 몰랐어 하지 말고.

그건 네 안에 있어.

꽃도, 나비도, 스위스도, 가방도, 카니발도,

세상 모든 게 이미 네 안에 있어.

세상은 너로부터 시작되었어.

그러니 먼저 나와 내 세상 모든 것에, 모든 순간에 감사하기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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