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배럴아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회재 Mar 20. 2024

그런 건 안 썼으면 좋겠다


얘들아.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글쓰기마저 쉽다고 생각하는 마당.

이곳 덕분에 대한민국에 바보들은 꾸준히 참 많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들이 깨닫기도 전부터 왜 글을 쓰냐면 삶이 팍팍하기 때문이지.

또는 실상 전혀 팍팍하지 않은데 나라가 팍팍하게끔 경쟁과 불안을 조장해서 모두가 현혹되는 바람에 진작 알았어야 할 때를 놓친 거지.

어쨋건 못살겠으니 생명 대신 낳자마자 죽는 걸 계속 낳는 거야.

언젠가는 굉장한 걸 낳을 수 있겠지 착각하면서.

글은 숨 쉬지 않아.

오래전 내가 금성에서 썼던 거, 보이지도 않고 기억나지도 않아.

정신을 옮겨 적을 수 있는 건 생명 뿐이야.


전쟁의 처참한 모습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수많은 아이들이 제 손에, 또 그들의 손에 찢겨 죽어서 0.65명이지.

1이 안 돼.

우리 몸의 35%가 없다고 쳐보자.

키가 매우 작거나 눈이 한쪽 생성되지 못하거나 양팔이 없거나 아무튼 불구처럼 보이겠지.

언제 어떻게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지.

인큐베이터 안에서 평생 다른 나라의 간호나 받아야겠지.

대한민국은 그런 모습의 불구국가가 될 거야.

일찍이부터 그랬고.


글을 쓴다는 건 대화가 안 되기 때문이야.

정작 진짜 속시원히 하고 싶은 말은 누군가와 대화해 본 적이 없겠지.

부끄럽기도 하고 들어줄 사람도 없고 있다손 쳐도 말이 통해야 말이지.

그래 어쩔 수 없는 표현시대라고 치자.

표현시대가 그다음 시대로 잘 넘어가려면 작가는 자신의 개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음에 무엇보다 감사하고 그들이 희생하고 있다는 것에도 또한 감사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가는 어리석어서 저가 잘나서, 특별해서 쓰는 줄 안다.

자신의 능력이 특출 나서 자신을 좋아해 주는 줄 안다.

99%의 작가들은 몰라서 쓴다.

때문에 독자가 배려해주고 있다는 사실 또한 모른다.

그래서 콧방귀나 뀌며 의기양양한다.


이 시대의 작가는 오히려 가장 바보이고 그런 바보를 응원하고 일깨워주는 독자가 더 많아야 한다.

0.65처럼 참부모와 참스승 또한 더욱 부족해질 것을 알길 바란다.

브런치만 봐도 대한민국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디 이다음에 경청의 시대가 잘 자리 잡길.

그 가치가 돈처럼 강력해지길.

알면서도 지켜봐 주고 말없이 들어주는 대사랑의 시대가 오길 바란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자존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