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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Mar 25. 2024

바보가 바보에게

어느덧 따뜻하고 공감되는 이야기를 할 줄 않게, 되었다.

그런 얘기를 해버리면 독자들에게 다시금 속된 일에 낭비될 에너지를 채워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인간과 기업 사회는 노선이 다르다.

그들은 투명할 수 없고 두터운 질서와 법 뒤에 숨을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년생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높은 기업이름에 뜻을 두고 청춘을 꼬라박고 꼴아나오는 곳이 기업이다.

나는 조직에 동력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이미 본질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그나마 생각이 있는 기업에 속해 있거나 본인이 사회 안에서 선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나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고마운 동료에 가깝다.

그들은 중도에 포기하거나 좌절하지도 못하는 지경이란 것을 안다.

그들은 먹여살릴 직원이 있어도 직원 때문에, 처자식이 있어도 처자식 때문에 같은 차원에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굳이 응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의 행보에 마음으로 감사를 다할 뿐이다.

서로가 안 봐도 알고, 스치기만 해도 안다.


인간은 망자들 틈에 섞여 평범한 척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인간이라 믿고 있는 망자들은 인간을 두고 외계인이니 랩틸리언이니 음모나 지어내고 놀고 있다.

그토록 자신이, 인간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진짜 인간은, 영웅은, 전설, 게임, 동화 속의 모습과 다르다.

배 나온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여간해선 배가 잘 나오지 않는다.

잘 분배되고 잘 돌기 때문이다.


자신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노력으로 키우고 있거나, 그래서 이따금 뭔가 잘 안 풀린다고 생각된다거나, 돈을 잘 버니 잘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대가리들을 나는 깨부술 뿐이다.

거기에는 누군가의 실패, 결핍, 컴플렉스, 트라우마, 기타 틀려먹은 이름들의 정신증,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욕심 또한 들어있다.

누구나 진정하고 무한한 자신을 마주하고 그로부터 이 생안에서 스스로 더 나은 존재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인간이 아무리 꽃을 옮겨 심어 봤자 바람과 벌레보다 잘하고 아름다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늘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틈틈이 자연의 손등에 키스한다.

자연의 손등이 무엇인지는 비밀이다.

한둘은 아니다.


독자들에게 또 다른 작가들에게 따뜻하고 간지러운 걸로는 부족하다.

그들은 고작 뭉클하고 눈물 훔치거나 마음을 잠시 다잡거나 아이디어나 얻어가고 만다.

여행 같은 글은 안 된다.

쉼터 같은 글은 안 된다.

환기 같은 글은 안 된다.

그러면 독자는 영원히 그 차원에서 머물게 된다.

그렇게 일과 쉼을 오락가락하는 게 참된 삶인 줄 착각하게 된다.

구분이 없어져야 한다.

문을 계속 열어둘 수 있는, 더 높은 차원에 진입하도록 작가는 도와야 한다.


차라리 웃긴 게 낫다.

연질의 부드럽고 미미한 문장들은 사람들을 작가 손아귀 안에 가두는 격이다.

그런 작가들은 속된 기업 마인드와 다르지 않다.

작가는 독자보다 무엇도 빼어나지 않은 존재다.

그러므로 작가 역시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벌이고 있는지 틈틈이 점검하고 돌아봐야 할 것이다.

대중에게 당장에 대한 공감,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또한 함부로 용기를 줘서도 안 된다.

용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다른 에너지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쫓기고 피곤하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까먹는다.

자고 일어나는 것 이상의 더욱 거대한 고통에 몸부림쳐 스스로 죽었다 깨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쌍욕과 폭력처럼 더럽고 불쾌하고 강렬한 진동을 전달해 스스로 열에 받쳐 온갖 그릇된 상념들을 깨부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할지도 모른다.

계속하면 언젠가 깨닫고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근래 그러고 있는 모습이 족족 보인다.

변화가 보이니까 계속하는 것이다.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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