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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Mar 25. 2024

땀과 땅


손빨래하다가 왼쪽이마에서 세면대로 땀이 한 방울 똑 떨어지는 거야.

안 보이니까 그런 게 보이네.

생각했지.

이 땀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될까.


...


니들이 아무리 건물 안에서 땀 흘려봤자 그 땀 다 어디 가겠어.

가장 먼저 건물로 가겠지.

건물주만 신나겠지.

니들이 제일 배 아파하는 거 아냐?

남들 잘되는 꼴?


헬스도 똑같아.

왜 굳이 거기 가서 땀 흘려?

나는 잘 모르겠어서 묻는 거야.

돈 주고 배우지 않아도 혼자서도 조금만 생각하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움직임이야.

더욱이 남들에게 배우면 구석구석 잘못 배울 가능성도 높아.

말을 거치며 오류 생기는 데다가 남들은 네 몸을 구석구석 모르거든.


도구 없어도 돼.

맨 몸만으로도 다 된다고.

네가 시작도 전에 가만 생각부터 해볼 마음도 여유도 없는 거지.

돈 있으면 다 되는 줄 알고 생각대신 쓰는 거지.

돈 말고 생각을 만들어 써 봐.

돈도 생각도 네가 만드는 거야.

그걸로 천천히 몸을 연구해나가 봐.

그러면 천천히 하는 법부터 깨우쳐야 할지도 모르지.

그러려면 앞서 너가 뭔지도 알아야 하고.

그러고 나면 천천히도 빨리도 사라질 거라 믿어.

시간이란 개념이 이전과 아주 많이 달라질 거야.

그로부터 네가 알고 있던, 믿고 있었던 거의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될지도 모르지.


땅에 땀을 흘려봐.

매끈한 매트 위 말고.

거친 땅.

메마른 땅.

소외된 땅.

내가 좋아하는 누나는 틈만 나면 사막 가는데 수많은 이유로 감사해 죽겠다.

자연은 배경도 풍경도 백그라운드도 아니야.

자연은 배경도 풍경도 백그라운드도 아니야.

자연은 언제나 네 곁에서 네가 깨닫길 바라고 매일매일 너에게 손짓하고 보여주고 있어.


땀을 더럽고 찝찝한 거라 착각하지 마.

침, 땀, 인간, 생명으로부터 나오는 건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단다.

땀을 흘린다는 것을 상징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겠지.

실제로도 엄청난 일이야.


오늘도 좋은 땅에 땀 흘려주길 바래.

좋은 땅에 흘리면 언젠가 꽃다발이 되어 네 품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내 땀과 소마로 꽃피운 이름 모를 생명들!



꽃은 원래 없다.

땅과 뿌리, 수없이 누적된 고통, 죽음들의 희생과 바람의 결실이 꽃이다.

그러므로 혼자 피어나는 꽃은 존재할 수 없다.

꽃을 피웠다면 그다음 꽃들을 위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게 사랑이고 순리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다.

꽃을 정의하는 건 마음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습과 수준 같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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