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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Mar 26. 2024

진화

부끄럽고 더럽고 추하고 이상해 보이는 것들은 모두 본능의 형상이다.

유명인사가 대놓고 코를 파는 모습,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긁고 코로 가져와 냄새 맡는 모습을 두고 추하다, 격떨어진다 여기고 스스로마저 그것을 제한하면 진화는 끝이다.

당연한 듯 연이어 떠오르는 생각을 믿으면 안 된다.


본능은 부끄러운 것도 무엇도 아니다.

오직 본능으로만 인간은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진화의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그 부푼 꿈의 뇌를 가지고 쓸데없는 생각으로 쓸모없는 것을 만들어낸다.

뇌가 터지지 못해서 꿈도 본래 꾸었던 모습대로 펼쳐지지 못한다.

부푼 뇌가 끝내 터지지 못해서 인간만이 불완전한 것이다.

그런 머리로 만드니 결과물 또한 완벽한 것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모두가 본능의 영역을 깨우치라는 건 아니다.

아슬아슬 깨우치지 못한 사람이 응축된 생각과 부푼 욕망으로 결국 비행기를 만들었다.

그것도 방법이다.

부자연스럽고 좀 모자란 방법이지만.

부자연스럽고 모자라서 종종 사고 나고 운용하려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갖다 써야 하지만.

사람도 많이 필요하고.

활주로가 필요하고.

기술이 또 붙고.

직업이 또 붙고.

욕망이 또 붙고.

층위가 또 붙고.

징그럽다 진짜 괴생명체.

어리석은 머리로 만들면 세상이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래놓고 운 나쁘게 죽으면 대체 누굴 탓하려고 그래.



비행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은 날개가 없다.

잠수함 때문에 우리는 지금은 물속에서 숨 쉬지 못한다.

욕망의 방향이 올바랐다면 각자는 보다 뛰어난 형상의 존재로서 진작 지구밖에서 또한 누구나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었다.


기술과 도구는 진화의 방해꾼이다.

이번에 나에게 얼마의 시간이 허락될지 알 수 없으나 가능한 더욱 기행을 추구하여 기인이 되어볼 심산이다.

기인의 정신이 담긴 유전자를 남길 것이고, 진화를 낳게 할 것이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우리가 지금의 모습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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