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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Mar 28. 2024

남자가 쓰면서 알게 된 것


일 년 남짓 글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걸 못내 적어가면서 깨닫게 된 게 있다면

오래간 꽉꽉 압축된 어리석음의 대폭발, 카타르시스의 잔재도 주요하지만

어느덧 신경 쓰이는 것은

바라고 있는 것은

봐줄 사람, 봐야 될 사람, 보여주고 싶은 독자를 원한다는 것

그러나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볼 이유가 없다는 것

그들은 아무 데도 없다는 것

때문에 글 따위로는 무슨 짓으로도 온전히 교감할 수 없겠다라는 쪼그라든 음경

적당한 발기로 독자의 가려운 곳을 긁고 허전한 공간을 잠시 채워줄 뿐이면 나는 재미가 없고 그들에게도 근본적인 도움은 안 된다는 것

나는 언제나 새 생명으로 그들의 배를 찢고 나오려 한다는 것

그들의 죽음과 탄생이 되고자 한다는 것

결국 이해망보다 거대한 독자가 조건 없는 사랑 권법으로 봐줘야 나는 기쁘다는 것

저 멀리서 내 재롱잔치를 지켜보는 엄마얼굴같이


작가보다는 독자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

독자의 수준이 높아지려면 삶의 독자가 삶의 작가가 되어봐야 한다는 것

결국 이곳이 작가판인 이유가 그렇다는 것

가뜩이나 폐쇄적인 공간에 카카오로그인만으로 제한한다는 건 귀한 독자를 더욱 밀어내겠다는 것

심술 욕심 버리고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것

후진 작품은 없고 다만 후진 독자만 존재한다는 것

재미없는 작품은 없고 재미없게 밖에 못 보는 사람만이 존재한다는 것

그 갭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우리는 사이가 너무나 멀다는 것

때문에 작가에 가까울수록 외롭겠다는 것

그래서 끝내 그들은 작품 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돌고 돌아 또다시 한 인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

늘 어리석기만 한 이 시대 대한민국 인간모드 굴레의 길——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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