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는 잎을 먹고 나비는 꽃을 먹는다
서로 싸울 일이 없다
또한 세상에는 어느덧 애벌레와 잎이 더 많다
그런데 여전히 그 흔한 것에 목을 맨다
어떤 나비는 꽃을 먹을 수 있음에도 먹지 못하는 이파리 위에 앉아 다가오는 애벌레를 노려본다
그 눈은 꽃과 잎을 볼 수 없다
꽃과 잎은 그저 그들의 다리를 지지하는 바닥이다
애벌레를 맛있다 말하는 그들은 자신 또한 애벌레인줄 모르고 나비를 예쁘다 말하면서도 나비가 되기는 무서운 건지 싫은 건지 본래 뜻이 몸 안에 남아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비가 세상을 뒤덮으면 예쁠까
그때의 나비는 뭘 예쁘다 말할까
수많은 꽃들은 뭘 두고 예쁘다 말할까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과정, 변화, 기적뿐일까
그것은 또한 다리를 지지하는 당연한 바닥이 될 뿐일까
꽃은 꽃에게 없고
나비도 더 이상 나비에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