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가장 나중인 것 같아요.
땅을, 하늘을, 눈부심을,
어두움을, 뜨거움을, 차가움을,
몸에 넣고 몸에서 빼고 다시 몸에 넣어야 실감한다.
어제도 십 년 뒤에도 몇 걸음 늦기 때문에 오차만큼의 생각이 일어나고 망상은 쓸모없는 근거가 된다.
계절과 함께 변하는 힘은 어디로 갔을까.
있어도 그런다면 두런두런 할 수 없으니 기다리다 기다리면 죽어지지 않는 밤들과 늦은 아침 메마른 사과들이 온다.
기다림은 가장 빠른 사람일지라도—그 버릇을 이마 뒷면에 칼로 긁어 적으면 속이 시원한 것 같고 혈구들이 모여드는 두근거림으로 세상도 아름다워 보이겠지 주름진 이마들은 죄가 많아서 죄를 적을 석판이 모자라면 거친 이마를 더욱 면밀히 긁어 평평하게 만들고 매끈한 새사람처럼, 이마에서 떨어져 나간 부스러기는 신생아의 울음처럼 날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