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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을 견딜 만한

그을린 사랑 (2010) / 드니 빌뇌브

by Ikive

그을린 사랑 (2010) / 드니 빌뇌브

Incendies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신에 의해 탄생되었다면,

20세기의 오이디푸스는 누구에 의해 탄생되었는가.

1+1=1이 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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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해방을 준다.

그것은 침묵의 대물림을 끊는 유일한 열쇠다.

영화의 주인공인 어머니이자 아내이며 동시에 72호 죄수인 나왈 마르완은 가족이 생긴 뒤부터 침묵 속에서 살아왔고 그녀의 자녀들은 그 침묵을 상속받았다.

그러나 나왈이 죽고 난 뒤, 그녀의 유언은 지금껏 지켜온 그 침묵을 깨도록 만들었다.

쌍둥이 남매 잔과 시몽은 이제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진실을 향한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그들은 알아야만 했다.

어머니가 그토록 침묵한 이유는, 그리고 그 침묵의 대가는 무엇이었는지를.

침묵의 대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진실은 너무 끔찍하여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 같은 무게를 갖는다.

진실은 때로 너무 강한 힘을 지녀 오히려 눈을 멀게 한다.

모르는 것이 약이 되는 순간은 그런 때일 테다.

아무것도 모를 때 그들은 단순히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진실을 알고 난 뒤 어머니의 고통은 그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다.

불은 그렇게 또 다른 존재에게 옮겨 붙는다.

진실이 전염된 것이다.

결국 영화는 이 양극단 사이에서 움직인다.

진실을 아는 것은 힘이 되어준다.

그러나 그 힘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그 힘은 관계를 다시 쓰고 정체성을 해체하며 이름을 바꾸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모든 것을 다시 관망하게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모르는 것은 약이다.

그러나 그 약은 무지를 약속할 뿐 상처의 감염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침묵은 무지를 낳고 무지는 또 다른 무지를 재생산한다.

“이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구나.
너희가 태어난 순간부터가 시작이라면 그것은 공포였을 테고,
너희의 형이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그것은 위대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나왈 마르완

작열을 견딜 한한 사랑은 이로 말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하니,

아는 것이 힘이라 굳게 믿었던 나는 진실이란 이름의 광채光彩와 광랑狂浪에 눈이 멀고 말았다.

선택을 함과 하지 않음의 문제를 넘어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힘이 든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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