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궁화 아파트 이야기_1 : 405동 101호의 몬스테라
어느 아파트 단지의 한 경비는 식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405동의 모든 가구는 식물을 키우고 있다. 경비는 405동에 사는 식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오늘은 101호에 사는 식물, 몬스테라 델리시오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청량했던 어느 여름날, 101호에 혼자 사는 여자가 커다란 화분을 끌고 오던 것을 기억한다. 경비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여자를 도와주며, 식물에게 인사를 건넸다.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는 담담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간간히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을 만나왔던 터라,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는 멋있는 구멍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는 101호의 부모님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가끔 찾아오는 101호 여자를 몇 번 보긴 했지만, 자신이 이렇게 101호 여자 집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여느 때나 다름없이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던 101호 여자는 갑자기 자신을 오랫동안 쳐다봤고, 그 날 저녁, 그렇게 101호 여자의 집에 오게 된 것이다.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는 잡동사니 없이 깔끔한 101호의 집 내부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집안에 다른 식물은 없었다. 저 여자랑 둘이 살아야 하나보다. 뭐 조용하니 나쁘지 않지. 101호 여자는 핸드폰을 잠시 만지더니 몬스테라 델리시오사의 자리를 정해주었다. 베란다 옆 거실 구석이 델리시오사의 자리였다. 델리시오사가 집을 처음 보자마자 생각한 자신의 자리였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델리시오사와 101호의 첫 만남이었다.
다음날 아침,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는 누군가의 기척에 화들짝 놀란다. 정신을 집중해보니 손에 묻은 물기 있는 흙을 닦아내며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는 여자가 보인다. 여자가 나에 대해 공부를 좀 했나 보구나. 델리시오사는 마침 여자의 손 끝에서 반짝이는 뭔가를 보았다. 델리시오사는 다른 잎사귀들에 집중해 주변을 살폈다. 천장에 처음 보는 반짝임들로 가득했다. 매일 느껴지는 미적지근한 빛과는 달랐다. 그리고 잠들 때를 알려주는 붉은빛과도 달랐다. 이번에는 더 길게 보고 싶어 잎사귀를 길게 내밀어 봤다. 여자도 내가 보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선 웃으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무지개다.
오늘은 통 잠이 오지 않았다. 분명히 저기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도대체 그게 뭐였을까. 지금껏 느끼고 접해왔던 빛과는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델리시오사는 처음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몸 안에 있는 물이 점점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그러고선 결심을 했다. 직접 닿아보기로.
델리시오사는 성장하는 것에 집중했다. 여자가 뿌려주는 물을 열심히 먹었고, 햇빛을 온전히 흡수하며 잎사귀와 줄기를 키워갔다. 난 이렇게 만날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때 그건 왜 나타나지 않을까. 처음 본 이후로 그걸 본 건 단 세 번이었다. 어느새 델리시오사는 힘껏 잎사귀를 내밀면 천장 모서리에 스칠 만큼 키가 자랐다.
드디어 나타났다. 델리시오사는 잎사귀를 힘껏 펼쳐 천장 모서리에 가져다 대어 보았다. 만지면 사라질까 걱정을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여러 빛깔들을 잎사귀로 훑었다. 빛이 잎사귀에 비쳐 자신의 잎사귀가 이색 저색으로 보인다. 재밌는 놀이를 하는 것 같다. 델리시오사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르기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델리시오사는 때가 되면 다시 천장에 펼쳐질 것을 확신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선 이따금 만나는 친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을 보러 오는 친구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뭔가 덜 외로웠다. 101호의 델리시오사는 그렇게 친구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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