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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온직 Jun 08. 2017

양육의 최종 목적

2016년 6월 21일 (화)

무심코 남편과 스튜디오 웨딩 촬영을 한 사진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참 화려하지도, 부유해보이지도, 외모가 빼어나 보이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는 편안해보이고, 소박해보였으며, 조급해보이지 않았다. 그 주관적 감상이 내게 큰 기쁨을 주었다.


우리가 솜솜이에게 물려줄 것은 불행히도 빼어난 외모나 명석한 두뇌, 많은 자산이 아닐 듯 싶다. 다만 그 사진에서 내가 목격한 우리의 마음의 토양을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훗날 솜솜이가 '내가 비록 가진 게 없더라도 올곧고 긍적적인 심성만은 우리 부모님께 받은 자산'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요즘은 모차르트 태교 음악 대신 '바람의 빛깔'이라는 디즈니 ost에 빠져버렸다.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너에게 식물과 생명의 숨결을 일러주는 상상을 한다. 나도 잊고지냈던, 어쩌면 생애 한번도 목격하지 못한 세상의 빛깔을 더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너로 인해.


오늘 새로 산 책 머리말 한 구절이 내 가슴을 뜨끔하게 하였다. 임신 초기부터 지금까지 내가 번뇌하고 갈증처럼 답답했던 그 문제. <아이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부모의 눈을 가리고 있지만, 이 양육의 최종점을 살펴보면 결국 먹고 사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 이 양육의 최종 목적을 위해,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너를 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조력자가 되기 위해 내가 더 치열하게 고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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