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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온직 Jun 08. 2017

깨 볶는 시간

2016년 5월 9일 (월)

 

이 떄의 넌 난황이라는 도시락을 먹으며,  심장을 만들고 있었어.



지난 4일간은 흔히 말하는 황금 연휴로 4일간의 긴 휴식이 주어졌다. 솜솜이가 태어나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을 듯싶어 이틀은 공주-대전여행을, 이틀은 문경에 계신 할머님댁에 다녀왔다. 어버이날이라 명절과 같이 온 가족이 모였다.


 토요일에 간 병원에서 솜솜이가 아들이라 했다 하니, 우리와 달리 시어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좋아하신다. 오빠는 ‘너는 둘째를 낳아봐야 또 아들’이라는 고모님의 놀림에 울상인 표정을 짓지만 솜솜이가 태어나면 아들바보로 돌변할 것이 훤하다.


 평생 한번도 손수 깨를 볶아본 적이 없던 어머님은 얼마 전 외할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번 연휴에 처음으로 직접 깨를 볶으셨다. 꼬신 냄새가 퍼져나가고 어머님은 눈물을 훔치셨다. 한집안의 누군가는 떠나가고 누군가는 찾아온다.


 솜솜이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행복으로 다가오지만 부모와 자식, 그리고 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보고, 내가 솜솜이를 빨리만나고 싶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아도 이렇다 할 대답은 없다. 자꾸만 ‘책임감’이라는 단어만이 내 마음을 짓누른다. 그런데 그 짓누름은 행복한 가위눌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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