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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온직 Jun 09. 2017

고아빠의 젊은 날을 기억해!

2016년 7월 4일 (월)

 지난 금요일, 남편으로 부터 온 카카오톡 메시지.


승진 발표 났어.


임신한 와이프와 함께 출퇴근하느냐, 내내 퇴근도 이른 편이 었던 남편. 내심 승진을 앞두고 나는 그것이 신경 쓰여왔는데, 저 메시지를 보니 마음이 무척 심란해졌다.


만일, 승진이 누락된다면? 나는 정말이지 아무런 지장이나 상관이 없었지만, 남편의 처진 어깨는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았다. 가슴이 너무나 아플 것 같았다. 남자의 자존심에 상처가 나진 않을까. 내게 수치스러워하진 않을까. 너무 힘들어하거나 슬럼프에 빠지진 않을까. 찰나의 순간에 두려움이 몰아닥쳤다.


결론적으로, 다행히 남편은 무사히 '대리'가 되었다. 언젠가 직장 생활을 하다 그런 일이 닥쳐오더라도 절대 기죽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허허 털어내는 것. 그게 나를 위한 길이라는 걸 그 사람이 이해할까?

 

뱃속에 있는 솜솜아, 이 일기를 네가 읽을 수 있을 즈음에 아빠는 늙고 속히 말하는 '아재'나 '꼰대'가 되어있을지 몰라. 하지만 솜솜이를 기다리던 32살의 아빠는 성실했고 부지런했고 무엇보다 젊었단다.  청바지에 백팩을 메고 싱그럽게 이른 아침 집을 나서던 아빠의 젊은 날을 엄마가 보았어.


그리고 너를 위해 기록해. 어느 가사처럼 그런 아빠의 젊음이 너라는 꽃을 피우게 했다는 사실을 부담이 아닌 감동으로 느껴줄 수 있다면... 고마울 거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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