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만 가면 더 이상 우울하지 않을 줄 알았지
대학 가니까 더 우울해졌어
어찌저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적에 맞춰서 대학교에 진학했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친구를 사귀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내가 먼저 다가가고 친구를 만들지 않으면 아무하고도 친구를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같은 나이의 또래가 아닌 위로 선배들이 많았다. 굳은 표정으로 술 자리에 앉아있다가 기숙사에 들어갔다. 오로지 친목을 위한 모임들은 흥미롭지도 않았고 의미도 없었고 어렵기만 했다. 그래도 무언가를 하면서 친해지는 동아리는 쫌 낫겠지 싶어서 운동동아리에 들어갔다. 운동에는 자신이 있어서 왠지 운동을 잘하면 동아리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운동에도 친목에도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모든 걸 스스로 하고 싶었고, 부모님의 간섭이 약간은 귀찮았다. 기숙사에 살았는데, 점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뜸해졌다.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저녁과 주말에는 학교 멀리에서 운동을 하고 동아리 활동을 했다. 많은 시간을 달리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보냈다. 그 와중에 나는 누구와도 친해지지 못했다. 과 사람들은 나에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느라 과 생활을 안 한다고 했고, 동아리 사람들은 출석률은 1등이지만 친해지지 못하는 나에게 과생활을 열심히 하느라 동아리 사람들과는 많이 친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느낌은 정말 별로였다. 그래도 희망은 잃지 않았다. 모임에 참여할 때마다 오늘은 꼭 친해져야지 하고 다짐하는 날들이 지속되었다.
혼자 쓰는 기숙사 방은 유일한 안식처이자 지옥이었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의 개인공간을 처음 가지게 되었다. 7층에 햇살이 잘 들고 전망이 좋은 좁은 방이었다. 매일 밤 사람에 치여 지친 마음을 지고 방에 들어와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되뇌며 밤하늘을 구경했고 외로움을 달랬다. 방에 오랜 시간 있지는 않았다. 가장 편안한 공간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할까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대학에 오면 다 해결될 거라는 어른들의 말은 다 틀렸다. 나의 무능함에 자책하며 침대에 누워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념들은 점점 많아졌고, 고3 때부터 시작된 죽음에 대한 생각도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졌다. 이 상황이 2년 넘게 지속이 되니 생각에 지쳐버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