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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Jan 04. 2021

감사합니다 냅킨을 보며 밥을 먹었다

새해 다짐



우듬지 근처에 잘 지어진 새둥지는
겨울이 되면 꼭,
잘 영근 열매처럼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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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빈집,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으면
나 서있는 곳까지 걸어오는 온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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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엔 식탁 위에 감사합니다라고 쓰인 냅킨을 보며 밥을 먹었다. 물 한번 마시고 하늘이나 먼땅 쳐다보는 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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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오래도록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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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했지.
밥처럼 든든하진 않아도, 나무처럼 오래 서있진 못한다 해도,
먹다만 숟갈이며 젓가락 받쳐주는 냅킨 같은 사람이나
오래된 나무 위에 아프지 않게 앉아있는 둥지 같은 위안이 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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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그러고 싶다. 주인공이 되는 삶은 어렵다는 걸 안다. 그러므로 나는 어떤 옆의 무엇이라도 되어볼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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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킨 위에도 꽃은 피고, 둥지 위에도 봄은 온다. 꽃이나 봄은 내가 좋아하는 당신들의 몫. 나는 그 옆에서 밥내음이나 봄내를 슬쩍,슬쩍할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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