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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Jan 14. 2021

집에서는 내가 비상구겠구나

비상구 쪽으로 걸으면 또 다른 비상구가 나왔다. 그 비상구를 따라 나오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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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불쌍해졌을까. 뛰어도 걸어도 가만히 있어도 왜,
애매도 모호도 없이 무수한 비상 속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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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를 무시하고 걸으면 집에 도착한다. 벗은 마스크에서는 하루 종일 도망 다닌 내 숨내가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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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집을 둘러본다. 비상구는 없다
집에게는 내가 비상구려니, 생각한다.
그러나 내게서는 녹색빛이 돌지 않는다. 나는 그냥 옆집이나 아랫집과 같은 블루. 블루이웃들은 곧 잠에 들 테고, 우리는 내일 또 비상구가 주렁주렁 달린 곳으로 향할 것이다.

@삼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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