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송 / 무릎
막차에 실려 집으로 반송된 내가
잠든 엄마 얼굴을
마주 보고 누워선
한 5분간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엄마 나 밉지" 한다.
그러면 엄마는 자고 있었다는 체를 섞어 대답한다.
"응 믿지."
놀란 나는 눈을 감고,
엄마는 벽 쪽으로 몸을 돌린다.
이런 걸 악몽으로 가기 위한 각자의 채비라고 하면 될까.
엄마 등 뒤편에는 기형적인 길이의 그늘이 있다.
"이거 뭐야?"하고 물어보면,
나를 위한 그늘이라고 하겠지만,
나로 인한 그늘인걸 내가 모를까.
어두워도 이렇게 흠뻑 만질 수 있을만한데.
"엄마 잘 자."
"너도."
"미안해."
" "
엄마는 꿈에서도 앞장을 선다.
이런 꿈에는 배경도 없어 숨을 곳조차 없지.
나는 그 어둠에 주저앉으며
다 외우지 못한 변명들을 몽땅 흘린다.
엄마는 줍지 않아도 된다는 듯
함께 주저앉아선 나를 안아준다.
눈을 뜨면
여전히 내게 등을 보이는 엄마가 있다.
그녀는 꿈에 여전히 남아 내가 흘린 변명들을
수습하고 있을 것이다.
반송된 나를 뜯으며
내 실체들을 하나씩 꺼내며
오래된 수건 같은 손으로 나를 매만지며
엄마의 등을 두드리려다가,
등그늘이 질만한 곳에 내 젖은 뺨만 가만히 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