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기념일 / 무릎
이제는 운동장이라기보단 도보장
공을 기다리다 지친 농구 골대는 고인돌이 될 것이다
빈 유모차나 지팡이와 함께 걷는 사람들
둥글게 둥글게
스포츠를 잡아먹는 철학의 풍경
희미한 트랙 둘레엔 펜스 같은 잡초들
그 너머로 갈 수 있다면
미안한 사람들을 무더기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아이가 뛰어간다
이 터에 적도라도 새길 기세로 힘껏
넘어졌다
그럴 줄 알았다
할머니가 아이를 향해 온 힘 다해 넘어간다
모르는 사람들이 할머니를 향해 달려간다 아는 사람들처럼,
그럴 줄은 몰랐다
얼마나 아플까
자꾸 기다려야하는 골대는,
자꾸 자라나야하는 잡초는,
자꾸 다가가야하는 노인은,
보호자는, 나는, 나 때문의 당신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잔뜩 일어나는 미안들
예상했거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있는지도 몰랐던 너머에서
미안이 미안을 부축하며, 일으키며
수명이 다 된 학교처럼 내게 몰려온다
비가 쏟아진다
우산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소나기라고 할까
미안을 뺀 모두가
각자 잘 아는 곳으로 돌아간다
애초에 농구골대를 향해 떨어지는 비도 있을까
그러니 나도 서 있을까
미안의 손을 하나씩 하나씩 잡아보며
친애하는 독자님들께
쓰고도 늘 아쉬워 얼굴 뜨거워지던 시를
일주일에 1번씩, 금요일마다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 앞에서 더욱 부지런 떨고 싶어서
조금은 뻔뻔해지고 싶기도 해서
일주일에 2번씩 연재하고자 합니다.
연재 요일은 수요일과 토요일로 정했습니다.
좀 더 가까이 바라보고, 다르게 바라보며
부족하더라도 제 안에 있는 철학과 슬픔을 골라,
그리고 저도 모르고 있던 희망을 담아
꾸준히 연재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것, 그 하나만으로
저는 자꾸자꾸 시를 쓰게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