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공원 / 무릎
풀숲 벤치엔 모기가 많았다.
사람 많은 정자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참 나쁘지, 참 나쁘지.
나도 더 이상 기웃거릴 줄 모르는 이웃 중 하나.
이웃하지 못했던 이웃들끼리는
이래야만 모일 수 있는 걸까.
우리는
산부인과 수술실 통로에라도 놓인 듯
마주도, 얘기도 없이
덥잖게만 걸터앉아선
각자의 믿을 구석, 혹은
기대하는 무얼 향해 마음을 뒤척이겠지.
매미의 첫울음은 언제쯤 터지려나.
사람들이 정자에서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고
나는 맨살 어딘가가
자꾸 가렵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양이들은 저 멀리서도
나만 보면 더 멀리 달아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