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복숭아가 7개에 1만 원
그럼 1개당 얼마일까?
사지 않을래, 생각하면
구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
과일가게 벽면에 달린 텔레비전에
레몬빛 섬광이 번지고
석류의 단면 같은 생아픔이 쏟아진다
아는 나라끼리 자꾸 싸운다
오랜만이라고 모두 이해되는 건 아니다
세계 전도에 좌판이 깔리고
인질이 올라가고 팔리거나 도로 거둬지기도 하고
7일 동안 1천 명이 죽기도 하고
구해야 할 것 같은데 구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고
"미애야, 나는 복숭아만 보면 네 생각이 나 그래서 전화했어"
과일가게 앞에 잠깐 멈춰 서서는
미애를 부르는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어찌나 詩던지!
대개의 과일은
과육보다 껍질이 더 진한 색을 지녔다는 걸 아니?
그 사실을 알고서부터
누구에게도 다가가질 못했어 내 껍질이 부끄러웠어
나는 낙과야 내 걸음은 모두 낙오야 패잔이야
사람들이 내 옆으로 무가당, 무가당 걸어간다
나도 뭐라도 보고선,
미애야 미애야 부르고 싶어졌다
누군가 나를 쳐다볼 때까지
미애 아닌 누구라도 내 패배를 알아봐 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