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墓) / 무릎
제 단칸방 이단 행거가 또 무너졌습니다
섞인 옷들이 검정 같은 온도를 이뤄요
무너진 옷들 일으키려다
그 밑으로 내 몸
가만히 밀어 넣습니다
최대한 검게 자고 싶은 나를
알아주는
옷과 헝겊과 옷이 아니어도 괜찮은 것들
이런 옷무덤을 본 적이 있어요
동묘앞에서요
그 안에는 사람이 없어서
인간들이 거침없이 더미를 뒤엎었죠
누군가를 한 번씩 입어본 적 있는 옷들을
뒤지고 뒤지며
가장 덜 죽은 옷을 찾아
제 팔뚝에 겹겹이 걸던 무리들
그 광경은 유괴 같은 구조(救助)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동묘앞이
있었으면 하다가도 없었으면 했어요
남이 쌓아준 무덤은 왜 슬픈가요
스스로 쌓은 무덤은 왜 숨어지나요
행거는 자주 무너지곤 했어요
입지 않는 옷들을 계속해서 버려도 말이죠
뼈대만 남은 헹거의 방을 상상할 때
비로소 안심이 앉고.
옷무덤 속은 아늑하군요
눈을 감으면 내 얼굴,
옷 속이 되어서 따뜻해지고
나는 내가 없었으면 하다가도, 하다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