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나방_무릎
형광등은 천장의 적도가 된다
그곳에서 가장 먼 방의 극지,
벽과 벽 맞붙은 곳에
세계전도 속 그린란드처럼 거대한 날개 펼친 나방이 박혀있다
오랫동안 집을 비운 사이에 들어온 것이다
신은적도 없는 신발이 눅눅해지고
다가오는 약속들은 모두 숙제같아서
질끈 눈 감아보면
나를 쳐다보는 나방의 냄새
어떤 두께로 내리쳐도 추락하지 않을 저 박제된 나방
의자위에 까치발 들고 올라서서
간신한 손끝으로 나방의 날개를 지우기 시작한다
부서지는 날개들이 보내는 다량의 쪽지
‘떨지 마, 떨리는 날개로는 높이 날 수 없어.’
그렇게 다 닳은 뒤에도
천장에서 머리를 꺼내지 않던 나방.
떨어진 조각들 쪽으로 엎드려
바닥에 가만히 귀를 대보면
밖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온통 내 얼굴로 튄다
눈 감으면 나방과 눈이 마주치는
장마가 무수히 들이치는 나만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