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역 1번 출구_무릎
지하에서부터 던져진 배팅볼이
출구쪽으로 쏟아져요
좌타석엔
번트자세로 고깃집 전단지를 건네는 노파
대기타석엔
헬스클럽 쿠폰을 만지작거리는 남자
우리는 출근에 늦어선 안 되는 현대인들
외투 주머니 속에 손을 넣으면
변화구처럼 걸을 수 있어요
외면하는 눈빛끼리 마주칠 때
우리는 우리인 척 싸인을 해요
한쪽을 택한 정렬로 단정히 걸으면
구두에서는 연봉같은 소리가 나죠
2루 주자를 견제하는 투수처럼
걷다가 자꾸 뒤를 돌아봐요
무한의 루킹삼진쇼
그건 어쩐지 비상구 속 픽토그램같고
발걸음을 돌려요
내가 했던 표정이 비치는 사람들에게
혼자 묻습니다
'바쁘죠? 바쁘죠?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쁜가요?'
대답 같은 질문 뒤엔
뒤따르는 더운 고요